기도하는 청년·교회 누나 “자녀 200명 둘 것”

국민일보

기도하는 청년·교회 누나 “자녀 200명 둘 것”

김양근·전성옥 집사 부부 ‘가족 만들기’

입력 2017-12-30 00: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김양근 전성옥 집사 부부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 김태호군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들이 섬기는 갈록교회는 '시골교회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부흥했다. 주일학교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골교회이다.
지난주 전남 영광 갈록교회 예배당에 눈이 수북이 쌓였다. 예배당 뒤 땅콩주택과 그 뒤편 숲도 하얗게 묻혔다. 서설에 갈록교회 김양근(41) 전성옥(47) 집사 부부의 네 자녀는 신이 났다. 장남 태찬(14)군과 장녀 태희(12)양, 그리고 가슴으로 낳은 박가빈(8) 김태호(6)군이다. 이들 가족 얘기는 지난 9월 KBS TV '인간극장-사랑한다는 걸 잊지마'편에 소개됐다. 서울에서 귀농한 40대 부부가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며 입양한 자녀와 함께 행복을 가꿔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혈연 중심의 가족 구성원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TV 화면 속 부부의 집은 영광 불갑 저수지를 끼고 산자락에 아담하게 자리해 전원주택처럼 보였다. 집 앞 세련된 건축양식의 예배당도 카메라에 수시로 잡혔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특성상 다하지 못한 얘기가 있었다. 신앙 안에서 만난 부부의 하나님 은혜와 예수의 사랑이었다.

부부는 갈록교회(박용목 목사) 안수집사다. 주일학교 교사 등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주일이면 둘 다 교회버스 운전대도 잡는다.

부부는 2002년 무렵 영광 법성포 사회복지시설 ‘새생명마을’에서 만났다. 지금의 갈록교회 박용목 목사와 이은자 사모가 꾸리던 폐교를 이용한 비인가 시설이었다. 그 폐교는 이낙연 총리가 졸업한 초등학교이기도 하다.

영광 출신 김 집사는 15세 무렵 양친을 잃고 세 여동생과 보육시설을 전전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 조선대 기계공학과 야간을 다니며 학비를 벌었다. 그의 여동생들은 30여명이 사는 새생명마을에서 살았다. 그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겸한 지도교사를 했다. 지역 보육시설계에서 김 집사는 잘 자란 모범 청년으로 통했다. 기도하는 청년이기도 했다.

그 무렵 전북 고창 출신 ‘교회 누나’ 전성옥 집사가 아는 사람 소개로 잠시 이 시설에 휴양차 내려왔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때였다.

“일손이 너무 부족했어요. 아이들 먹이고 입히는 거, 학교 보내는 거, 생활지도하는 거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데가 없었어요. 죽도록 일하는 이은자 사모의 모습에 마음이 아팠어요. 시설 여자아이들은 10여명이었죠. 애들 놔두고 서울로 갈 수가 없는 거예요.”

전 집사는 편한 서울 일자리를 뿌리치고 이 시설의 ‘엄마’가 됐다. 청년 김양근은 연상 교회 누나를 ‘선생님’ ‘누나’ ‘성옥이 형’ 등으로 불렀다. 전 집사는 그에게 ‘죽으면 죽으리라’ ‘빙점’ ‘로마인이야기’ 등의 책을 주며 읽으라고 권했다. 김양근의 꿈은 부모 없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것이었다. 예배 때면 “200여명만 돌보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아는 형이 ‘누나’에게 호의를 갖자 질투가 났다”고 김 집사가 말했다. 그는 ‘교회 누나’와 결혼했고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며 두 자녀도 길렀다. 전 집사는 시누이 셋의 ‘친정엄마’이기도 했다. 김 집사는 금의환향을 꿈꿨다. 200명을 돌볼 수 있는 돈을 벌리라 다짐했다. 똘똘한 아내는 남편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독려했다.

한데 어느 날 장녀 태희가 천식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부부는 하나님의 메시지로 여기고 갈록교회를 개척한 박 목사 부부가 있는 마을로 낙향했다. 이후 갈록교회는 두 부부와 같은 제자들에 힘입어 ‘시골교회의 기적’이라고 부를 만큼 성장했다. 주일학교가 있는 120여명 출석 규모의 교회가 됐다.

부부는 아로니아 농사를 지으며 가빈과 태호의 위탁부모가 됐다. 장애와 정서불안이 있던 아이들은 사랑을 받자 평범한 아이들이 됐다. 부부는 교회 뒤 ‘땅콩주택’에 산다. 여섯 식구 살기 빠듯한 공간이다.

“지원금 받아 시설 지어 경영하듯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벌어 감당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놓지 않는 사랑’으로 키우려고 합니다. 200명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광=글·사진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jhjeon@kmib.co.kr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