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시간 사용 설명서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시간 사용 설명서

입력 2018-01-02 00:01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예수님이 체포되실 때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시종 말고의 오른쪽 귀를 칼로 베어버렸다. 이를 보신 예수님께서 귀를 다시 붙여주시자, 말고는 새 귀를 만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해피 뉴 이어(ear)!”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린다.

하늘에서 가느다란 관을 통해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이 관에는 꼭지가 없어 물을 멈추게 할 수 없다. 그 물이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물이 바로 시간이다. 우리 인생의 재료가 시간이니 시간은 곧 생명이다. 시간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시간을 돈이라며 아껴 쓰라고 당부한다(Time is money).

오늘도 8만6400초가 우리에게 배달되고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시간은 보관도, 교환도, 환불도 안 된다. 그래서 흘러간 과거는 부도 수표요, 다가올 미래는 어음이며, 오직 지금만이 현금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지금(Present)’이야말로 하나님의 ‘선물(Present)’인 것이다.

시간은 매 순간 다른 품질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마치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이나 속도가 매번 다르듯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당시 김재박 선수는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그 유명한 개구리 번트로 첫 우승의 감격을 전 국민에게 안겨주었다.

시간 앞에서 인간은 늘 타자의 입장이다. 투수의 공이 배트를 맞히는 일은 없다. 타자가 배트를 공에 맞혀야 한다. 타자에게는 받아치기에 적합한 공과 그렇지 못한 공이 있을 뿐이다. 번트나 안타나 희생 플라이나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공을 놓치고 나면 후회만 남는다. 그리고 그것이 거듭되면 삼진 아웃이다.

그래서 좋은 타자가 되려면 공의 코스나 구질,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판단하는 선구안(選球眼·batting eye)을 갖춰야 한다. 날아오는 공에 배트를 맞출 것인가, 날아오는 공이 배트를 맞춰주기를 기다릴 것인가는 타자에게 매우 중요한 선택의 문제다.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때에 일을 맞출 것인가, 때가 일에 맞춰주기를 기다릴 것인가. 성경은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다”(전 3:1)고 가르친다. 시간에는 긴 시간과 짧은 시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이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일에 적합한 때와 그렇지 못한 때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가 하려는 일에 가장 적합한 때를 찾아내야 한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 해당된다면 시간 사용 설명서를 다시 봐야 한다.

첫째, 어떤 일을 닥치는 대로 아무 때에나 하는 경우. 그러다가 좋은 때를 놓치고 나쁜 때에 그 일을 하면 시간도 낭비되고 성과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생체 리듬에 기초한 피크타임(peak time)이란 게 있다. 정신 집중이 가장 잘 되고 에너지가 넘칠 때다. 정신 집중이 필요한 일은 피크타임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크타임을 놓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일의 품질도 떨어진다.

피크타임 개념이 없는 경우 늘 시간이 부족하고 바쁘다. 오늘 나의 피크타임은 언제인가. 이번 주, 이번 달 내 피크타임은 언제인가. 나아가 2018년, 그리고 내 생애 전체에서 피크타임은 언제인가. 그걸 찾아내야 한다. 3시간 걸리는 일을 2시간에 하는 게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이 일을 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릴까?’에 앞서 ‘이 일은 언제 하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둘째, 한번 예정한 일을 미루는 경우.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서는 안 된다. 그 일은 오늘 하는 것이 가장 좋아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건 ‘일은 아무 때나 해도 된다’고 생각했거나, 때를 잘못 정한 때문이다.

셋째, 원래 하기로 한 시각에 늦는 경우. 공과금도 늦게 내면 가산금이 부과되듯, 때를 놓치면 대가가 따른다. 수업에 10분 지각한 학생이 그걸 10분으로 복구하기는 어렵다. 습관적인 지각은 인생에서 많은 시간을 갉아먹는다.

넷째, 하던 일을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 보험도 중도에 포기하면 납입한 원금만큼도 돌려받지 못한다. 습관적인 중도 포기는 그동안 투자한 시간, 돈, 땀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다.

끝으로, 하기로 한 일 대신 다른 일을 하는 경우. 간혹 A과목 수업 시간에 B과목 과제를 하는 학생을 볼 수 있다. 그러면 A과목은 언제 하나? B과목 시간에? 이런 경우 또 다른 과제를 만드니 사는 게 늘 바쁘다.

우리 인생에 단 한 번뿐인 2018년이 막 시작됐다. 부디 인생에 가장 소중한 일을 찾아, 그 일에 가장 적합한 골든타임에 적시(適時) 안타를 날리길 기원한다.

이의용 (국민대 교수)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