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어떻게 살아야 할까?

국민일보

[시온의 소리]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입력 2018-01-0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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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아서’라는 책을 쓴 빅터 프랭클은 유대인으로서 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 수용소까지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왔다. 그가 수용소 네 곳을 옮겨 다니고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깨달은 건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육체적 자유도, 환경의 선택권도 없었지만 그에겐 그를 감시하는 나치보다 더 많은 자유와 선택을 행사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고통 받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인간의 존엄성과 희망을 찾도록 일깨워주고 도와주는 일 또한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상상할 수 없는 치욕적 상황에서도 자아의식이라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한 사용했다.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신께서 인간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 속 ‘영리한 청지기’의 비유만큼 자유를 자각하게 하는 놀라운 비유는 없을 것이다. 어떤 부자가 청지기 한 사람을 두었다. 그는 자기 재산을 그 청지기가 불의하게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그를 불러 말했다.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된 셈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주인의 선언은 그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형편이 좋으면 일용직 노동자라도 될 것이고 어쩌면 걸인이 될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다. 청지기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당시 팔레스타인 형편을 보면, 그는 비참한 생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때 그는 자신에게 묻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는 놀라운 생각을 한다. ‘옳지, 좋은 수가 있다. 내가 청지기 자리에서 물러날 때 나를 자기 집에 맞아줄 사람들을 미리 만들어 놓아야겠다.’

그는 주인에게 빚을 지고 있던 사람들을 하나씩 만난다. “당신이 내 주인에게 진 빚이 얼마요?” “기름 백 말입니다.” 청지기는 그에게 빚 문서를 내놓으며 “어서 앉아서 쉰 말이라고 적으시오”라고 말한다. 그는 백 섬을 빚진 사람도 따로 불러 빚 문서에 ‘여든 섬'이라고 고쳐 적으라고 말한다.

청지기가 한 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주인의 귀에 들어갔고, 그가 일을 영리하게 처리한 것을 보고 주인은 오히려 그를 칭찬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그러니 잘 들어라. 세속의 재물로라도 친구를 사귀어라. 그러면 재물이 없어질 때에 너희는 영접을 받으며 영원한 집으로 들어갈 것이다.”

청지기는 가난한 이들에겐 상전이었지만 주인에겐 힘없는 노예였다. 그 중간에서 그는 놀라운 자유의 능력을 발휘한다. 전에는 어리석게 일처리를 했으나 이제 그는 주인의 긍휼과 자비로움으로 지혜롭게 일을 했다는 칭찬을 받는다. 그는 썩을 것을 썩지 않을 것으로, 유한한 것을 무한한 것으로, 이 세상의 없어질 것을 저 세상의 영원함으로 바꾸었다.

시인 김수영은 풀을 노래했다. 그는 시에서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고 적었다. 풀은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했다.

그렇게 풀은 발밑까지 누워도 발밑에서 일어선다. 이는 풀이 대상이 아니고 주체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고도 일어나서 웃을 수 있는 것은 풀에게 있는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천부의 능력이다.

주님은 인간에게 부여한 위대한 자유, 그 기회를 사용하기를 원하신다. 2018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박노훈 (신촌성결교회 목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