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주의 작은 천국] 생명의 별

국민일보

[김선주의 작은 천국] 생명의 별

입력 2018-01-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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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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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들이 함께하는 송구영신예배를 마치고 나는 한 사람씩 강단에 오르게 해 새해 축복기도를 해 주었습니다. 노인과 어른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뒤 아이들은 줄을 서서 재잘대며 자기 순서를 기다립니다. 어차피 오늘도 교회에서 ‘올나이트’를 하기로 했으니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날입니다. 하나하나를 가슴에 품고 기도를 다 해주고 나니 시곗바늘이 2시30분을 가리킵니다. 교회 안팎에 아이들이 왁자지껄 잔칫집 신발처럼 널려 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오자 아이들이 달려들어 이구동성으로 소리칩니다. “목사님, 우리 별 보러 가요.” 나는 아이들과 함께 가로등이 없는 언덕으로 가서 쪼르르 앉아 하늘을 봅니다. 하늘이 참 맑고 고요합니다.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에도 꿈쩍 않고 별들은 청청한 빛 그대로 거대한 운하를 흘러갑니다. 콧물을 훌쩍이면서 별을 바라봅니다. 벌써 오리온자리가 저만치 기울어져 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별을 찾아 별과 별 사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모양을 만들도록 하는데 제일 쉬운 게 오리온자리입니다. 아이들에게 오리온에 관한 그리스신화를 얘기해줍니다. 오리온이 왜 몽둥이를 든 사냥꾼의 모습으로 있는지 말해줄 때 묽은 콧물이 콧구멍과 윗입술 사이를 흘러내렸습니다. 인중의 거리가 별과 별 사이처럼 멀게 느껴집니다. 점도를 잃은 차가운 체액이 질주하는 그 거리가 참으로 깁니다.

“밝게 빛나는 별 세 개가 쪼르륵 있는 거 보이지? 그걸 삼태성이라고 해. 그게 사냥꾼의 허리야. 삼태성 왼쪽 위에 붉게 빛나는 별을 베텔기우스라고 해. 따라 해봐, 베·텔·기·우·스! 그런데 저 별은 빛의 속도로 오백 년을 달려가야 하는 거리에 있어. 그리고 허리띠에 해당하는 세 개의 별은 빛의 속도로 천오백 년을 달려가야 하는 곳에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보고 있는 저 별은 지금의 별이 아니라 오백 년, 천오백 년 전의 별이야. 지금의 별을 볼 수 있는 때는 앞으로 오백 년이나 천오백 년 뒤겠지? 그때는 이미 우리는 죽고 없을 거란 말이야.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현재의 별을 볼 수 없어. 우리는 모두 과거의 별을 보고 있는 거야.”

이곳저곳에서 아이들이 콧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감기 들겠다 싶어서 나는 아이들에게 어서 가자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가지 않겠다고 요지부동입니다.

“목사님, 더 얘기해 주세요∼.”

“감기 걸리면 엄마한테 혼나, 목사님이.”

“아니요? 감기 안 걸릴게요, 훌쩍….”

“그래, 쪼금만 더 얘기하고 가자. 알았지?”

“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별에서 과거의 별을 보고 있지만 만약 지구가 아닌 가장 높은 곳에서 우주 전체를 내려다보는 분이 있다면 미래의 별도 볼 수 있겠지? 그게 누굴까?”

“하나님요…!”

“너희들은 어쩌다 우연히 태어난 아이가 아니야. 이 우주와 별들이 만들어지고 탄생할 때부터 하나님이 계획하고 설계해서 이 우주의 한가운데 있는 초록별, 지구에 생명의 빛으로 보낸 거야. 지금 우리는 아주 먼 옛날 하나님 나라에서 보낸 생명의 빛으로 별처럼 반짝이고 있는 거야. 따라 해봐, 나는 하나님이 보내신 생명의 별이다.”

“나는 하나님이 보내신 생명의 별이다.”

김선주 <영동 물한계곡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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