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가 번지는 ‘지인 능욕’… 경찰, 한양대 남학생 수사

국민일보

[단독] 대학가 번지는 ‘지인 능욕’… 경찰, 한양대 남학생 수사

입력 2018-01-05 18:55 수정 2018-01-05 21:37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 SNS 유포

불특정 다수에 신상 털리고
완전히 삭제하기도 어려워
전문가들 “학교가 신종
사이버 성폭력 무대 전락”


한양대 여학생 5명 이상의 얼굴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해 SNS상에 유포한 혐의(음화제조 등)로 같은 학교 남학생 A씨를 수사 중이라고 서울 성동경찰서가 5일 밝혔다. 일반 여성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해 SNS로 마구 퍼트리는 이른바 지인 능욕이 대학가에서 확산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들이 SNS에 올린 본인 사진을 다운받아 온라인상의 여성 알몸 사진 등에 합성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달 초 고소장을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피의자는 본인이 직접 한 게 아니고 다른 SNS 계정에 합성을 의뢰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형법상 죄가 성립되는지부터 따져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인 능욕은 사진과 함께 피해자의 개인 신상까지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성적인 모욕에다 불특정 다수에게 신상까지 털리는 셈이다. 사진이 한 번 유포되면 완전히 삭제하기 어려워 2, 3차 피해가 이어질 수도 있다.

지인 능욕은 1∼2년 전부터 SNS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6월 페이스북의 경북대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같은 과 남학생이) 제 친구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야동에나 나올 법한 자세의 성인배우 알몸 사진과 합성해 사이트에 유포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인터넷엔 피해자의 사진뿐만 아니라 이름과 나이 학교 학과 등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성자는 “피해자는 그 이후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매일 괴로워하며 매주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항우울제를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사이버 성폭력이 대학가에서 활개 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단체채팅방 성희롱도 처음 발견된 곳은 대학가였다. 지인 능욕은 채팅방에서 끼리끼리 벌이던 성희롱이 불특정다수 사이에서 이뤄지는 셈이어서 피해자에게 주는 충격이 훨씬 크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인터넷 성폭력의 새로운 변종이 가장 먼저 나타나는 곳이 학교”라며 “올바른 성 감수성을 배워나가야 할 공간에서 오히려 그릇된 성 인식이 아무런 제어 없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연합회 대표도 “대학교는 사회로 나오기 전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공간”이라며 “그런 곳에서 이런 피해가 이어지면 이들의 사고방식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을 받고 사진을 대신 합성해주는 계정까지 등장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해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일반인 모욕 사진 유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30일 동안 10만명 넘는 인원이 청원에 동참했다.

이 소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는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성폭력이 생겨나고 있다”며 “법과 교육 등 사회 전반적으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글=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삽화=이은지 기자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