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안·유의 통합신당을 주목한다

국민일보

[김진홍 칼럼] 안·유의 통합신당을 주목한다

입력 2018-01-07 17:45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내달 통합신당이 태어날 전망이다. 주체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다. 양당은 최근 통합작업을 다음 달 안에 마무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밀어붙인 당원 여론조사에서 통합 지지 의사가 확인된 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적극 호응하면서 통합 흐름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은 형국이다. 국민의당 통합반대파 의원들은 야합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별도의 신당을 모색하고 있다. 안 대표의 통합신당을 점점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바른정당 소속 일부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유한국당으로의 복귀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통합신당보다 한국당으로 가는 게 낫다는 지역여론을 감안한 행보다.

이렇듯 신당 창당이라는 게 정치판을 흔드는 일인지라 말들이 많다. 우선 진정한 당 대 당 통합을 위해선 화학적 결합이 필요한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경우 대북관을 비롯해 정책노선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공통점도 없는데 합치려는 건 오는 6월의 지방선거만을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행태’라는 공격으로 이어진다. 지지기반이 취약한 안·유 대표가 몸집을 불려 궁극적으로 차기 대선에 재도전해 보려는 꼼수라는 비난도 있다.

분명한 노선을 밝히는 건 정당의 의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북한관·안보관에 대해선 안·유 대표가 일치된 입장을 조속히 내놓는 게 옳다. 지방선거만을 염두에 둔 통합이라는 공격은 좀 과하다. 두 당이 지방선거 결과에 상당한 위기감을 갖고 있고 전국단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종종 정계개편이 이뤄진 것 또한 사실이지만, 지방선거만을 위한 통합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건 비난을 위한 비난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서 소멸하라는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 도전 운운하는 건 시기상조다. 신당이 만들어져도 지방선거라는 일차 관문을 무사히 통과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보다 치열하게 논쟁해야 할 대목은 통합의 명분이 아닐까 싶다. 안·유 대표 모두 ‘영호남을 화합시키는 정당’ ‘지역주의를 넘어선 정당’을 강조한다. 포장술에 불과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으되, 아직도 지역주의에 갇혀 있는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직시할 때 가벼이 넘길 수 없다. 여당 기반은 호남이고, 야당은 영남이다. 이런 현상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철만 되면 “우리가 남이가” “얼마나 당해봐야 정신 차리겠나”라는 선동적 발언이 난무하고, 수도권에서 선거를 치르려면 호남향우회나 영남향우회를 찾아야 하는 현실은 심각한 문제다. 이렇게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이 적대적 공생관계, 담합정당 체제를 유지하며 우리 정치를 지배해온 세월이 벌써 수십년째다.

그 후유증은 크다. 무엇보다 사회통합이 요원해지고 있다. 지역은 이념 대립으로 연결된다. 같은 사안을 놓고도 지역에 따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서로 상대 탓만 하며 으르렁대기 일쑤다. 이러니 사회적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적 현안들이 원만히 해결될 리 만무하다. 협치와 상생의 정치는 말뿐이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쪽은 없다. 여전히 강 대 강의 대결뿐이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도 둘로 나뉘어 정파싸움에 가세하고 있다. 지역 심리를 자극해 표를 얻어온 정치인들과 이에 부화뇌동한 일부 유권자들이 이 땅에 지역주의 망령을 퍼뜨린 공범인 셈이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거대 양당의 벽은 공고하고 높다. 지역주의 기득권에 안주해 있는 양당 구도를 깰 때가 됐다. 아니, 진작 했어야 했다. 그 단초는 확인됐다. 2016년 4·13총선 때 만들어진 다당제가 그것이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정쟁만 일삼는 양당체제에 염증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확대 해석하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대통령과 특정 정당이 모든 권력을 향유하다가 레임덕으로 임기를 마치는 불행한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여망이기도 하다. 특히 출범하지도 않은 통합신당 지지율이 한국당을 앞지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양당 구도를 깨고 선진 정치를 보고 싶다는 여론이 지금도 상당부분 존재한다는 걸 증명한다.

아직은 희망사항 수준이지만, 다당제가 정착되면 연합정치 또는 연합정권이 가능해질 것이다. 또 연합정권은 협치의 정착과 제왕적 지배체제의 와해를 불러올 것이다. 사회통합을 앞당기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통합신당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무술년 새해, 안·유 대표의 통합신당을 응원하고 싶다.

김진홍 논설실장 jhkim@kmib.co.kr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