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린이집 영어 수업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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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린이집 영어 수업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부

입력 2018-01-0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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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방과후 영어 수업을 놓고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 5만여곳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어 수업 금지 방침을 결정한 것은 지난달 27일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이 일자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하루 만에 번복했다. 그랬던 교육부는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유치원처럼 어린이집도 새 학기부터 영어 특별활동 수업을 금지해 달라고 잇따라 요청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이 금지되는 만큼 일관성 측면에서 어린이집도 따라 달라는 게 교육부 입장이다. 1주일 새 금지→철회→금지로 혼란만 부추긴 꼴이 됐다. 보육계와 학부모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며 갑작스러운 통보에 복지부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초등 1, 2학년 영어 수업 금지는 2014년에 마련된 선행학습금지법에 따른 조치이지만 영유아복지법 적용을 받는 어린이집의 경우 방과후 영어 수업을 못하게 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시행규칙은 어린이집에서 외국어 특활을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어린이집의 영어 수업을 금지하려면 이 규칙부터 개정하는 게 순서다. 개정안을 만들고 40일간 입법 예고를 거치려면 새 학기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탁상행정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어린이집은 교육부 소관도 아니다.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 여부를 떠나 정부가 영어 학습을 중시하는 학부모와 아이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정규 교육과정이 아니라 방과후 과정까지 규제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교육정책은 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 등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투명하고 치밀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섣부른 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어린이집 영어 수업 금지를 일단 유예하고 여론을 더 수렴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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