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곽금주] 감성 충만 사회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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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곽금주] 감성 충만 사회가 돼야

입력 2018-01-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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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실로 놀랍다. 미국 NBC의 한 방송인은 21세기의 비틀스라고까지 언급할 정도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인기는 대단하다. 특히나 BTS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팔로어 그리고 유튜브 조회수는 엄청나다. 일상생활을 그대로 공개하기도 하고 자신의 힘든 과거를 이야기하면서 팬들과 공감하고 관계하는 소통을 하고 있다. 이런 공감 소통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모든 동물이 그렇듯 집단 안에서 늘 경쟁하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만이 우두머리가 되고 권력자가 된다. 인간 또한 엄청난 경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집단을 지탱하는 힘은 이런 경쟁이 아니라 구성원 간 협동체제다. 그리고 집단 협동이 잘되게 하는 원천은 바로 구성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감 능력이다. 공감이란 상대의 상황뿐 아니라 상대가 느끼는 것 그리고 고통 또한 그대로 느끼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서로 공감이 잘되는 집단일수록 구성원의 응집력이 크고 그래서 튼튼히 지탱해 나갈 수 있다.

공감 능력은 인지적 공감과 정서적 공감 두 가지 모두를 가져야 완벽해진다. 인지적 공감은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고 추론하고 또한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 사람 전반에 대한 지식에서 비롯된다. 정서적 공감은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나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동정심까지 느끼는 것을 포함한다. 만약 감정이 배제된 인지적 공감만을 가지게 되면 타인의 생각을 미리 알아내 그를 조종하고 속이거나 하여 도리어 피해를 끼칠 수가 있다. 그래서 상대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까지 이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타인에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긍정적 공감에 해당하는 감성이다.

이런 공감은 길러지는 것이라기보다 타고난 것, 즉 진화적인 산물이라는 주장이 강하다. 동물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험실 생쥐에게 실시한 실험이다. 두 마리가 서로 연결돼 있고 어느 한 생쥐가 먹이를 먹게 되면 옆에 연결된 생쥐는 전기 충격을 받게 되는 장치를 했다. 기득권을 가진 생쥐는 처음에는 먹이만을 생각했지만 옆 생쥐의 고통을 인식하면서 반응이 느려지고 같이 고통스러워했다. 상대의 고통에 공감한 것이다. 또한 인간과 마찬가지로 원숭이조차 거울신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다른 원숭이가 땅콩을 집으려는 행동을 옆에서 보기만 해도 자신이 꼭 같은 행동을 한 것 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타고났음에도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가. 상대에 대한 이해는커녕 조금만 자신과 다르다고 판단되면 가차 없이 무차별 공격을 해버린다.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인지적 공감이 상실된 상태이다. 정서적 공감 또한 실종 상태이다. 그저 혐오와 분노 감정만이 과잉으로 분출되고 있을 뿐이다. 정치인들은 같은 당이든 아니든 간에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비난과 막말로 지나친 감정 분노를 보인다. 그 결과 서로 간의 악순환적인 감정 연쇄반응이 지속된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갈등 상황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노사 갈등, 세대 갈등, 남혐과 여혐과 같은 남녀 간 갈등뿐 아니라 그 어떤 이슈에 따라 한 집단 안에서도 편이 갈려져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모든 매개 수단을 사용해 상대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과 비방으로 자신의 감정을 폭발시켜야 하는 감정과잉 분출 사회가 돼버렸다.

이런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인 감성에 민감해보면 어떤가. 특히나 사람을 좋아하고 가무를 좋아한 우리 민족이 전 세계적인 K팝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 감성으로 사회를 바꿔 보면 어떤가. 감정과잉 폭발 사회가 아니라 진실로 따뜻한 감성이 충만한 새해가 됐으면 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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