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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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차은영] 한국경제 어디로 가야 하나

입력 2018-01-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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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2018년에도 세계 경제의 상승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IMF는 지난 10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3.6%, 올해 3.7%로 전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휘청했던 미국 경제가 3%대의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유럽과 일본, 중국 등의 경기도 탄력을 받아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의외로 선전한 것은 세계 경제의 완연한 회복세에 힘입어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올해 한국 경제는 이러한 세계 경제 호조에 힘입어 수출 증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된 재정지출의 조기 집행을 통해 내수 회복을 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정도까지 가능할 수도 있다.

정부는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대로 발표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한국은행과 주요 연구기관들은 2.8∼2.9% 전망치를 발표했다. 정부가 작년 말 내놓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은 혁신을 통해 3%대 성장을 이어가고 1인당 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며 동시에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소득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지는 것,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은 모든 국민이 열망하는 일이지만 구호로 해결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장밋빛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 요인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달러 대비 원화가치 절상이 1년 사이 10%를 훌쩍 넘어섰다. 수출기업 CEO의 가장 큰 덕목이 환헤지라는 뼈아픈 농담이 있을 정도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로 높은 원화 가격은 가격경쟁력을 상실하면서 수출의 성장기여도를 감소시킨다. 지금처럼 엔저 현상이 유지된다면 일본으로 관광을 가기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수출기업들이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훨씬 커지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킨다.

원전을 축소시키면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유가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고 예측되는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하면 기업이 직면해야 하는 비용 증가의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최저임금 16.4% 인상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것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인하 추세인 법인세의 나 홀로 인상 또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올해의 정책 화두를 일자리로 삼겠다고 하지만 기업의 비용 증가를 촉발시키고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진정성은 소득 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지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 일회성 소득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지속 가능한 소득과 일자리는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보다 잘사는 국가들을 통해 보고 있지 않은가.

글로벌 위기 이후 10년 만에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는 미국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의 유연성에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보장되고 혁신적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스타트업의 미래가 창조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과 법인세, 부유세를 인하하는 친기업적 정책을 추진하자 높은 세금과 규제를 피해 외국으로 떠났던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여건이 개선되면서 스타트업 창업이 활성화되고 5년 만에 최저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7년 동안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혁신성장을 통한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싶으면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에 대한 정교한 계획과 실행안이 노정돼야 한다. 성역 없는 구조조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차은영(이화여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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