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매금지 생리대 나눠주고… 학교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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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매금지 생리대 나눠주고… 학교는 “몰랐다”

입력 2018-01-09 18:19 수정 2018-01-0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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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고 학생들이 지난달 28일 학교 복도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 학교가 지급한 생리대가 “끔찍한 생산과 유통과정의 찌꺼기”라며 “학생들에게 폐기 대상 제품을 사용하라고 한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이다. 독자 제공
서울국제고, 200여명에
식약처 무허가 제품 지급

학생들이 문제 제기하자
그때서야 “폐기 처분하라”

학생들 대자보 붙이고
“유해성 등 공지해야” 반발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가 유해 가능성 때문에 판매가 금지된 무허가 생리대를 학생들에게 지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판매 금지된 제품이라는 걸 확인했고,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제기 후에야 뒤늦게 조치를 취했다. 학교 측은 “무허가 제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9일 서울국제고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달 27일 1·2학년 여학생 200여명에게 생리대 ‘순수애정’을 나눠줬다. 생리대 제조업체 한국다이퍼가 판매했던 제품이지만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금지 및 회수 조치를 받았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수입 때 정해진 절차를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한국다이퍼는 이 제품을 공산품으로 속여 중국에서 수입, 다단계업체를 통해 국내에 유통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리대는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최초 수입할 때 성분 검사를 받도록 돼 있다”며 “이 제품들은 그런 검사를 받았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소한 이름의 생리대를 받아든 학생들은 인터넷에 해당 제품을 검색했고 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확인해 학교 측에 알렸다. 단순 검색만으로도 쉽게 무허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지만 학교는 학생들의 지적이 있기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교의 안이한 대처는 논란을 키웠다. 학교는 학생들이 보건교사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자 당일 저녁 기숙사 방송을 통해 “위생대를 받은 학생들은 사감실 앞 검은색 봉지에 폐기처분 바란다”고 구두 공지만 했다. 해당 제품이 무허가 제품이어서 위해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셈이다.

학생들은 이튿날인 28일 학교 게시판에 대자보를 붙이고 “생리대의 회수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며 “학교는 학생들에게 배급한 생리대의 유해함과 그에 따른 문제를 공지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명한 생리대를 학생들에게 배급한 것은 학생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해야 하는 학교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교는 대자보가 붙은 후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학생들에게 전날 지급된 생리대가 무허가 제품이란 사실을 공지했다. 지급 경위에 대해서는 식약처 조치가 내려지기 전인 지난해 7월 학교운영위원에게서 기부 받은 물품이라고 해명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부 받은 직후 시중 생리대 전반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일어 지급을 미뤘다가 이번에 나눠준 것”이라며 “식약처에 위해성 여부를 물었지만 제품이 아닌 회사 이름으로 확인해 문제가 생겼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 구자창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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