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강태진] 교육혁신 없이 4차 산업혁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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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강태진] 교육혁신 없이 4차 산업혁명 없다

입력 2018-01-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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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대학(University)은 인간의 본질과 자연의 법칙을 연구하는 데서 출발했다. 현재의 교육과는 다른 차원이었다. 인간의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고, 창의성 발현의 근간을 이루게 하는 교육이었다. 이에 반해 오늘날의 다원화된 대학을 ‘멀티버시티(Multiversity)’라고 부른다. 멀티버시티는 지식의 추구를 넘어 경제·사회적 가치의 창출을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대학이 그 조직과 구성이 확대·분화되고 다양한 목표와 역할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멀티버시티가 대학의 미래가 되기는 어렵다. 지식과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지식이 정보가 되어 순식간에 대규모로 유통되는 현상이 나타난 지금, 원래의 유니버시티 이념을 되찾으면서 멀티버시티의 취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식의 창출과 전파의 중심으로서 대학의 지위를 위협하는 변화에 대응해 근원이 되는 지식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

다보스포럼(2016)은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동의 65%가 4차 산업혁명으로 새 유형의, 복합 다기능한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미뤄볼 때 앞으로는 디지털 환경 적응력과 분석적인 시각 조정력이 필요하다. 특히 고등교육은 지식을 답습하고 전수하기보다 기초가 되는 원리와 방법을 터득해 다시 지식을 창출할 수 있도록 기본기를 갖추게 해야 한다. 당장 용도에 맞춘 지식보다 미래에 예기치 않은 어떤 문제가 닥치더라도 풀어갈 수 있는 응용력을 갖추게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기계와 일해야 할 세상이 온다. 이런 세상에서 인간은 누구나 다 리더가 돼야 한다. 기계와 맞닥뜨려 기계에 미션별로 임무를 부여하고, 그 미션을 의도한 대로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를 들어 패션 생산과정을 보자. 개인의 신체 사이즈를 3D스캔하여 얻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재단해 주문자가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에 맞게 기계가 전 공정을 수행해 100% 개개인의 요구에 맞게 생산한다. 디지털시대의 패션산업은 지식과 정보, 데이터의 많은 부분이 인공지능으로 처리되고 네트워크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생산과 마케팅이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을 기계 앞에 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디지털 알고리즘을 알아야 하고, 각 기계가 수행하는 일의 전반을 아우르는 지식과 통찰력도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는 인간이 기계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고등교육은 한 분야의 전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의, 융합 역량이 있는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 21인이 대전환 시대에 고등교육이 어디로 가야 할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비전’에서 논의한 바 있듯이, 지금 같은 경직된 대학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캠퍼스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디서,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든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공개강좌(MOOC)와 인공지능 로봇이 교육자를 대체하고,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가상교실은 실제보다 실감나 현재의 교실을 대체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을 즐기듯 컴퓨터로 재미있게 학습하게 함으로써 캠퍼스의 울타리도 없어질 수 있다. 기술혁신의 급격한 변화로 교육내용의 유효 기간도 더욱 짧아져 평생학습 체제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지속가능한 고용을 유지하도록 평생교육 패러다임을 대학의 플랫폼으로 가져와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

대학 본연의 역할을 변화된 환경에 맞게 재창조해야 한다. 진리탐구와 비판정신, 자율 등 대학기본 이념에 충실함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능동적으로 응답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창조적 혁신을 실천해야 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지식의 정보화, 대중화된 환경에서 지식의 창출과 전파의 중심으로 대학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유니’와 ‘멀티’의 융합으로 기계를 리드하는 ‘인간’의 길을 가도록 할 고등교육 혁신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강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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