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핵심이 빠진 문 대통령의 ‘삶의 질 향상’ 신년사

국민일보

[사설] 핵심이 빠진 문 대통령의 ‘삶의 질 향상’ 신년사

“장밋빛 계획만 있고 예산확보와 제도개선 방안 없어… 현실 얘기하고 국민적 도움 요청해야”

입력 2018-01-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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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신년기자회견 신년사를 통해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를 강조했다. 20분 중 3분의 2가량을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정책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2년 차를 맞은 문재인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적폐청산을 유난히 강조했던 지난해 취임사나 기자회견과 비교해볼 때 국정 운영의 축이 좀 변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과거보다는 앞으로의 삶을 얘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문 대통령은 삶의 질 향상을 얘기하면서 집권 이후 실시했거나 곧 실시할 경제·민생 정책과 성과를 설명했다. 경제 체질을 바꾸는 최저임금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스마트공장 등 혁신성장, 노동시간 단축 등 일자리 개혁, 중소상인 위한 금융기능 강화 등을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치매국가책임제, 노동시간 단축에서부터 장기소액연체자 채무 면제, 정책금융기관의 연대보증제도 폐지, 노동자 휴가지원제도까지 다소 장황하게 열거했다. 다 좋은 말이고 이대로만 시행되면 그야말로 삶의 질은 대폭 개선될 것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몇 가지가 빠졌다. 우선 이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가 없다.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하고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한다. 우리 재정으로 어떻게 감당할지,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할지가 없다. 제목만 있다. 그런 걱정에 대한 대강의 해결 방안 제시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다. 새해 들어 최저임금제 실시로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후폭풍이 몰아닥치고 여파로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장밋빛 계획에도 불구하고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9%로 사상 최고치다. 대통령의 말과 현실이 따로 가면 정부 신뢰도는 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또 일감몰아주기 없애기,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 문제를 언급했다. 공정한 기회와 경쟁, 경제 투명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런데 노동 개혁은 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촛불정권을 탄생시킨 주역이라고 이것저것 청구서를 내미는 노동계다. 이젠 귀족노조라는 표현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대기업과 공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는 사회적 지탄까지 받는다. 노동개혁을 빼놓고 대통령이 공정경제를 강조하는 건 어색하다. 2월 평창올림픽과 6월 지방선거로 올 상반기는 경제정책에 악영향을 줄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릴 것이다. 게다가 변동성 큰 남북관계로 국정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장밋빛 청사진으로 치장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은 현실을 냉정하게 얘기하고, 목표를 제시한 뒤, 이를 이루기 위해 정부도 혼신의 노력을 다할 테니 국민도 적극적으로 도와달라고 요청해야 할 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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