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헌에 정해놓고… ‘여성 30% 포함’ 묵살하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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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당헌에 정해놓고… ‘여성 30% 포함’ 묵살하는 여당

입력 2018-01-11 19:07 수정 2018-01-1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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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구성·공천 시 성평등 보장’ 조항 잇단 무시

혁신성장추진위 공식 출범
위원 30명 중 여성은 3명뿐
추 대표 출범 후에도 다반사
여성 당직자 “지도부 실망”

“여성이 성장하기 어려운
정치환경 반영하는 한 단면”

‘위원회 구성 및 공천 시 여성이 30% 이상 포함돼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당헌상 성평등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10일 문재인정부의 핵심 정책 공약인 혁신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혁신성장추진위를 공식 출범시켰다.

그러나 추진위 위원 30명 중 여성은 추미애 대표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추진위 구성 논의 과정에서 ‘여성 비율이 당헌·당규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여성 위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일단 의결부터 하고 나중에 배정하자’는 의견이 많아 그대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8조 2항은 ‘중앙당 및 시·도당의 주요 당직과 각급 위원회 구성, 공직선거·지역구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보장해 실질적 성평등을 구현하고, 여성 당원의 지위와 권리를 배려하자는 취지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및 농어촌 등 취약지역 공천은 예외다.

지난해 10월부터 활동 중인 국민재산찾기특별위원회는 위원 12명 중 여성 위원은 1명이다.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기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출범한 적폐청산위원회도 위원 14명 가운데 여성은 3명이다. 취약 지역인 대구·경북의 현안을 챙기자는 차원에서 지난해 7월 발족시킨 TK특별위원회의 여성 위원 비율도 18%에 불과했다.

당헌상 성평등 조항이 당내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자 민주당 여성 당직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여성 당직자는 11일 “민주당이 대선 때 내세운 것 중 하나가 여성 공직 진출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당대표도 여성인데 당은 계속 핑계를 대며 꼼수만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도 “집권여당이 앞장서서 정치권 성평등을 주도하자는 걸 기대했는데 당헌·당규를 알면서도 묵살하는 지도부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공직선거에서 여성 의무공천 비율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헌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을 제외한 모든 선거에 여성 후보를 30% 이상 공천해야 하지만 이 조항이 지켜진 적은 없다”며 “총선의 경우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여성 공천을 위해 남성을 경선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역차별 논란도 생기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학과 교수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30%를 여성 인사로 채우기가 마땅치 않은 등 현실적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면서도 “의지 표명만 하고 구체적으로 실현을 하지 못한 것은 정당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까지 여성이 성장하기 어려운 정치 환경을 반영하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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