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개편 미뤄지나… 개원의 집단 반발, 병원계 조율도 남아

국민일보

의료전달체계개편 미뤄지나… 개원의 집단 반발, 병원계 조율도 남아

입력 2018-01-14 17:54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 3대 축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재난적 의료비 지원 확대’, ‘본인부담금 상한액 축소’다. 일련의 변화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현행 63%에서 70%로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한 재정이 정부추계 상 30조6000억원이다. 하지만 의료계를 비롯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50조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더구나 높아진 건강보험 보장성 유지에만 연간 수십조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건강보험 재원관리 방안으로 ▶신포괄수가제 확대를 통한 비급여 총량관리 강화 ▶심사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한 지출관리 ▶의약품 가격조정기전 강화 ▶예방중심 건강관리 확립 ▶평가연계 수가체계 수립 등을 통해 합리적인 의료이용을 유도해 세는 돈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정부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강화 ▶안정적 진료환경 조성과 의료 질 개선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원관리기전이 정책시행 후 고려해야할 점이라고 하더라도, 정책에 따른 혜택이 실현되기 위한 전제조건들 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장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을 두고 협의체와 개원의사들 간 논란이 격해지고 있다. 시민·사회·환자단체 등 가입자대표와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공급자대표, 의료전달체계 전문가들이 지난 2016년 1월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2년여 논의 끝에 내놓은 ‘권고문’에 대해 18개 세부 진료과 의사회는 지난 8일 폐지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권고문 초안은 의료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고, 이후 간담회 등 논의과정을 통해 효율적인 1차의료기관 진료기능을 위한 권고문 수정건의가 수차례 이뤄졌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권고안 폐기와 원점 재논의를 제안했다. 협의체 내부에서 권고문을 만드는 과정조차 의료계 내 반대여론에 막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당초 지난해 12월15일 마무리하려던 권고안 제출은 네 차례나 미뤄졌고,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권고안 채택은 폐지론이 등장해 또 다시 미뤄질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달체계 개편의 또 다른 당사자인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사회적 책무를 무겁게 느끼지만 현 권고문대로라면 의원과 중소병원 간 충돌은 불가피한데다 많은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돼 동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권고문 채택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결국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달체계가 재정립돼야한다. 하지만, 협의가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문재인 케어로 인해 응급실 과밀화, 대형병원 환자쏠림, 의원급 의료기관 및 중소병원들의 적자운영 등 고질적인 보건의료 환경개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전달체계 개편을 이뤄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협의체에는 공급자를 제외한 가입자 및 전문가 집단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의료계 동의 없이도 중론이 모아지고 완성된 권고문이 정부에 전달될 경우 의료계가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립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최대한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는 의견도 많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반목보다 의견을 모아 나아질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