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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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입력 2018-01-1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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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본부에서 집행위원회를 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흐 위원장이 오는 20일 남북 체육계 관계자 등과 함께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 참가 종목 및 단일팀 결성 가능성 등을 논의할 방침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AP뉴시스
北, IOC 중재안도 무시하고
경기 배정 확대 요구해 결렬

20일 스위스 로잔 회담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언급될 것이라는 관측


남북 체육계 고위 관계자들이 20일 평창 동계올림픽의 밑그림을 그릴 스위스 로잔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가 있는 곳이다. 남북이 로잔에서 머리를 맞댈 때마다 세계는 스포츠를 통한 화합의 모습이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로잔의 결론이 꼭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다.

남북은 1963년 1월 로잔에서 64년 도쿄올림픽에 나갈 남북 단일팀 구성 문제를 의논했다. 앞서 62년 모스크바에서의 IOC 총회에서는 동독과 서독처럼 남북이 단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로잔에서 IOC가 지켜보는 가운데 북한과 체육회담을 벌일 것을 제안했다.

당시 우리 측은 “단일팀으로 참가하지 않는다면 북한만 참가한다”는 IOC의 통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진 못했다. 남북 단일팀에 대한 국민정서도 지금과는 다른 시절이었다. 로잔에서 의견을 교환한 남북은 결국 64년 도쿄올림픽에 따로 출전했다. 다만 이때 초안이 마련된 한반도기는 91년 축구·탁구 단일팀이 사용하게 된다.

남북은 85년부터 다시 로잔에서 체육회담을 열었다. 88 서울올림픽을 북한에서도 개최하게끔 하자는 이른바 ‘공동개최’ 이슈 때문이었다. 우리 측은 1·2차 회담에서 “북측이 올림픽 헌장을 준수한다면 축구, 남자배구, 남자핸드볼의 일부 예선경기를 배정해 주겠다”고 밝혔다.

86년 6월 3차 회담에서는 결승전을 포함한 탁구·펜싱, 축구예선 1개조로 제안을 확대했다. 그러자 북측은 탁구·양궁·축구·유도·레슬링·체조 6개 종목을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보다 못한 IOC가 “탁구·양궁 전 경기와 축구예선 1개조를 북한에서 개최하고, 사이클 단체도로경기는 남북을 연결해 실시하자”고 중재했다.

이 중재안에 대해 우리 측은 “주최권자로서의 아량을 발휘해 수락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정작 북한은 공식서한으로 동의하지 않은 채 세부 경기 추가 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거듭 양보해온 우리 측이었지만 “북한에 배정할 경기종목은 IOC 중재안에 국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북한은 88년 1월 서울올림픽 불참 방침을 밝혔다.

30년이 지난 현재에도 로잔은 남북 체육회담의 주무대가 되고 있다. 20일 로잔 회담에서는 궁극적으로 남북 단일팀 문제가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뉴스 전문매체인 ‘인사이드 더 게임스’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4자회담 소집은 남북한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최근 분석했다. 이 매체는 “북한의 여자아이스하키 선수가 남한팀에 합류할 경우 3∼8명이 될 것”이라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예측했다. 실제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아이스하키 등의 단일팀 구성에 대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단일팀 추진 여부에 대해 현재 확정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전례에 비춰보면 단일팀 추진 문제를 의논하기에는 올림픽이 너무 임박한 시점이다. 대한체육회는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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