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녀응원단 비화… “참 순진, 환송식에서 닭똥같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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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녀응원단 비화… “참 순진, 환송식에서 닭똥같은 눈물”

입력 2018-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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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가했던 북한 응원단이 그해 9월 1일 숙소로 사용했던 경북 칠곡군 동명면의 대구은행 연수원에서 열린 환송회에 참석해 한반도기를 흔들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다. 대구은행 연수원 제공
한 종교단체 비난구호 이유
이틀간 식사도 거부 꼼짝 안해
남측 유감 표명에 활동 재개

숙소에 화투장 나오자 발끈도

열흘 남짓 짧은 기간 긴 여운
이번엔 금성학원 출신 등 구성

“환송회 때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던 북한 응원단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김기만(49) 대구은행 노조 위원장은 12일 2003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때 북한이 파견한 ‘미녀 응원단’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03년 8월 20일부터 9월 1일까지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 위치한 대구은행 연수원에 묵었던 북한 응원단과 취주악대 303명의 편의를 봐주는 업무를 맡았다. 그는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응원단을 파견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2003년 한국에 왔던 응원단원들은 참 순진했다. 이번에 오는 응원단원들은 그때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10여일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북한 응원단원들이 단식투쟁을 벌일 때였다. 경기 기간 중인 8월 26일 한 종교단체가 승합차에 스피커를 매달고 북한을 비방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발끈한 응원단은 26일과 27일 이틀간 응원을 중단한 채 연수원에 틀어박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응원단이 식사를 거부했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렀다. 혹시라도 응원단이 철수할까봐 가슴을 졸였다”고 회고했다. 북한 응원단은 27일 남한 측이 유감을 표명하자 28일 응원을 재개했다.

그뿐이 아니다. 여자 응원단원이 묵는 방 침대 밑에서 화투장이 나오면서 북한 측은 거세게 항의했다. 화투장은 이전 투숙자가 흘린 것인데, 청소를 꼼꼼히 하지 않으면서 방치돼 있던 것이었지만 북한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은 화투가 남한 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여기고 있어 이번 일을 남측의 음모로 여긴 듯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 응원단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휴식을 취하지 못해 응원도 나갈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고 언급했다.

돌발 사안이 적지 않게 발생했음에도 막상 대회를 마친 뒤 열린 응원단 환송회는 눈물바다가 됐다. 이념이 다른 데다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적지 않았지만 막상 헤어질 때가 되자 우리 민족 특유의 정과 애틋함이 발동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열흘 넘게 연수원에서 생활하며 남한 사람들과 정이 들었던 응원단은 환송회 때 모두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모두 순진했고, 마음이 여린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응원단원들은 떠나기 전 ‘삼천리 금수강산’, ‘통일된 조국의 주인이 되자’, ‘통일되는 그날에 꼭 다시 만납시다’ 등의 글을 남겼다. 연수원은 19㎡(약 6평) 공간에 ‘북한 응원단 방문 기념 전시실’을 만들어 이 글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평창올림픽에 파견될 응원단을 예술 인재 양성 기관인 금성학원과 평양연극영화대학 출신으로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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