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론만 담긴 청와대의 권력기구 개편안

국민일보

[사설] 원론만 담긴 청와대의 권력기구 개편안

“공약집 수준 방향 제시로는 검찰 개혁 이룰 수 없어… 거창한 구호만 말고 구체적 실천력 보여야”

입력 2018-01-14 18:2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경찰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가권력기구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권력기관들의 상호 견제와 균형으로 더 이상의 권력남용을 막고 검·경과 국정원을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내용은 국회에 발의된 각종 개혁 입법안과 다르지 않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국정원 수사기능 폐지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수준이다.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및 국정원 개혁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반대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권력기관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입증됐다. 그러나 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거셌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말만 앞세웠을 뿐 국민이 체감하는 제도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검찰 개혁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정권교체 때마다 격변을 겪었던 국정원이나 권력기구 개편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협조한 경찰과 달리 검찰의 경우 개혁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나기는 피하자고 잔뜩 웅크린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와 개혁이 가져올 결과를 놓고 주판알만 튕기는 정치권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국민들에게 조 수석이 발표한 권력기구 개편 방안은 공허할 뿐이다. 서울에서 평창으로 가는 길을 묻는 사람에게 도시 이름만 표시된 세계지도를 건넨 셈이다. 국민들이 조 수석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까지 논의된 각종 개편안을 정리한 강의가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방법을 묻고 있다. 조 수석은 “개혁을 실제 이뤄낼 근본적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다”고 했다. 국회가 결단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청와대가 언제까지 어떻게 국회와 협력적 관계를 맺고 발의된 법안이 통과되도록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국회 사법개혁위원회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여야를 막론하고 만나겠다는 이야기가 전부다.

조 수석의 로드맵에 따르면 검·경에서도 국정원 수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이 곧 시작될 것이다. 이에 따른 정국 경색과 야당의 반발은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합의한 사개특위 가동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방향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작업을 동시에 이뤄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방선거로 모든 정치 이슈가 매몰되기 전에 이뤄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도 있다. 이 정부는 제목만 거창하게 내걸고는 늘 반대 세력 탓에 개혁이 지지부진하다고 주장한다. 제도 개선 같은 구체적 개혁이 안 되는 것을 남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구체적인 실천력을 보여줘야 한다.

많이 본 기사

포토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