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CES에서 확인된 중국과의 기술 격차… 규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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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CES에서 확인된 중국과의 기술 격차… 규제 탓이다

입력 2018-0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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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53조6000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내고도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다. 주가는 소문에 뛰고 발표에 떨어진다고 한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도 주가하락의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지난 12일까지 5일 연속 하락세는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시장의 근본적인 의문은 반도체·스마트폰·TV에서 글로벌 1위 위상이 미·중·일의 거센 추격에 흔들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린 반도체 시장에도 올 연말 중국이 본격 진입한다고 하니 추월당할 날도 멀지 않았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CES 2018’은 중국의 IT 굴기를 확인시켜주는 무대였다. CES에 참가한 전체 3900여개 기업 중 3분의 1가량이 중국 업체다. 중국은 드론처럼 전통적으로 앞서나갔던 분야는 물론 인공지능(AI)·자율주행 운영체제(OS)·증강현실·가상현실 등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점령했다. 한국 제품을 베끼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는 옛말이다. 지금은 ‘차이나 스피드(중국의 속도)’로 끌고 가는 ‘퍼스트 무버’(선도자)다. 일본 업체들도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을 앞세워 재기에 나섰다. 현장을 둘러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우리가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는데 씁쓸하다.

‘코리아 스피드’로 글로벌 시장을 점령했던 한국 기업들이 다른 나라에 뒤처진 것은 복잡한 규제 탓이 크다. 미국·중국·일본은 시장도 안 열린 4차 산업혁명 분야에 규제를 풀고 제도로 지원하는데 한국은 첨단 기술을 개발해도 손발을 묶어놓으니 주도권을 눈 뜨고 뺏기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 핵심 선도산업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등을 도입해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만시지탄이다. 오죽했으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우리의 유일한 경쟁우위가 스피드였는데 그 장점이 입법부에서 와해되는 것이 안타깝다”며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규제가 많은 것이 옳은가”라고 하소연했겠는가. CEO 리스크와 밥그릇만 챙기려는 노조도 잘못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전기차 등으로 질주하는데 현대·기아차는 강성 노조에 발목 잡혀 역주행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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