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둠스데이 클락

국민일보

[한마당-김영석] 둠스데이 클락

입력 2018-01-29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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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의 위험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시계가 있다. 둠스데이 클락(Doomsday Clock), 운명의 날 시계, 지구 종말의 시계 등으로 불린다. 1947년 만들어졌다. 미국 시카고대학 핵물리학자회가 중심이 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원자폭탄 개발프로젝트 ‘맨해튼 계획’의 주요 과학자들이 동참했다. 시카고대학 운영이사회에서 발행하는 학회지 ‘핵과학자회보(BAS)’ 표지에 매년 게재되고 있다. 최근에는 18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스티븐 호킹 등 명망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둠스데이 클락은 처음에는 자정 7분 전에 맞춰졌다. 자정이란 인류의 파멸을 가져올 전면적인 핵전쟁 발발을 의미한다.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실험이나 핵 협상, 국제관계 긴장 정도를 반영해 시각을 조정했다. 2007년부턴 지구온난화도 위협요소로 규정해 반영했다. 자정에 가장 근접했던 때는 미국과 소련이 수소폭탄 실험을 단행한 53년이다. 자정 2분 전인 23시58분을 가리켰다. 미·소 냉전이 끝난 후인 91년에는 자정 17분 전인 23시43분으로 지금까진 가장 안전한 때로 기록됐다. 총 24번의 조정을 거치는 동안 자정에 점점 근접해 가고 있다.

지난해 1월 둠스데이 클락이 움직였다. 23시57분에서 30초 앞당겼다. 분 단위로 조정되던 시침이 30초 단위로 변경된 것은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였다. BAS 측은 트럼프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미국의 핵무기 능력 강화와 기후변화협약은 음모에 의해 만들어진 날조라는 주장은 시곗바늘을 자정 쪽으로 움직이기에 충분한 위협이었다.

둠스데이 클락은 올 들어 23시58분을 가리켰다. 30초가 또다시 앞당겨진 것이다. 북핵이 원인이었다. BAS 측은 “북한이 지난해 핵무기 프로그램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 같다”고 진단했다. 미국과 북한의 과장된 레토릭과 도발적 행동들이 오판이나 사고에 의한 핵전쟁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시계는 갈수록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핵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가 더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대응은 낭만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둠스데이 클락은 한반도의 운명이 종잡기 어려운 트럼프와 김정은에게 달려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임을 말해주고 있다.

글=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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