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리더십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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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의 소리] 리더십 승계

입력 2018-02-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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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도자가 인생에서 마지막 경험하는 단계는 자신의 비전을 다음 지도자에게 전해주고 아름답게 손을 놓는 것이다. 지도자의 마지막 단계는 ‘성공(Success)’이 아니라 ‘승계(Succession)’다. 참된 승계를 통해 하나님의 선을 이루는 것이다. 자신의 임무를 잘 완수해서 위대한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주자에게 그 비전과 일을 잘 이어가도록 넘겨주는 데 실패한다면 선한 지도자라 인정받기는 어렵다.

지도자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은 설사 자신이 잊힐지라도 하나님의 영광만 나타나는 것을 용기 있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스왈드 챔버스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예수 그리스도께 바르게 헌신된 사람이라면 아무도 당신을 알아보지 못할 때가 최고의 경지에 다다른 것입니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오직 당신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능력뿐이어야 합니다.”

모세는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는 요단강 건너편 약속의 땅 가나안을 자신이 밟고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출애굽해 광야 40년간 백성을 이끌고 오느라 고생한 모세에게 이는 합당한 보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단호하게 거절하셨다.

모세의 아픈 체험을 후대에 나눠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결코 전체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하나님만이 전체 그림을 보실 수 있다. 우리는 언제나 부분밖에 보지 못하는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구하는 것이 내가 보기엔 최선처럼 보이지만 공동체나 하나님이 보실 때 최선이 아닐 수 있다.

모세에겐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멋진 일은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보다 더 멋진 일을 생각하고 계셨다. 하나님은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심으로써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나타내기 원하셨다.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모세가 백성의 죄악에 흥분해 하나님의 마음을 왜곡하여 돌을 지팡이로 내려칠 때 이미 내려진 결정이었다. 하나님은 모세가 그 당시 출애굽 세대와 함께 제외됨으로써 백성에게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기억되고, 지도자의 죄가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음을 드러내신 것이다.

또 하나님은 모세를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심으로써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나타내기 원하셨다. 조상 숭배가 흔한 고대 세계에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 죽었다면 백성들이 모세를 신격화하고 우상처럼 섬길 위험이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 위대해지는 것은 위험하다. 특별히 하나님의 종이 하나님보다 더 위대하게 나타나는 것은 하나님이 결코 허락하실 수 없는 일이다. 모세가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믿는다면 꼭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통해 역사하실 수 있음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나보다 훨씬 부족한 사람을 통해 일하셔서 그분의 위대하심을 나타내실 수 있는 분이다.

미국의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는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가진 연설에서 모세의 경험을 인용해 자기의 심경을 고백했다.

“저는 지금 어떤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우리에게 힘든 날이 펼쳐지겠지만 지금 당장은 정말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산꼭대기에서 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저를 산 위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저는 위에서 아래를 둘러보고, 약속의 땅을 보았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그곳에 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밤 저는 우리가 한 민족으로 약속의 땅에 이르리라는 것을 여러분이 알기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밤 저는 행복합니다. 아무것도 염려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두렵지 않습니다. 제 눈은 주님이 오시는 영광을 보았습니다.” 끊임없는 암살 위협에 시달리던 그는 다음 날 저격당해 숨졌다. ‘나는 산꼭대기에 올라봤습니다(I’ve Been to the Mountaintop)’는 이 연설이 그의 생애 마지막 연설로 남았다.

하나님의 뜻 가운데 있는 사람은 그 땅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내가 그 땅을 밟느냐 밟지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하나님의 뜻이 어디까지인가가 더 중요하다. 하나님의 뜻이 ‘보는 것’까지라면 그것이 행복이다. 그리고 후계자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그를 통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것을 함께 행복해하는 것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것이 위대함을 넘어서서 선한 지도자로 하나님께 쓰임 받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런 선한 지도자를 염원하고 있다.

이재훈(온누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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