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캠페인] ‘지상의 카타콤’서 사는 사람들, CDP는 희망의 빛

국민일보

[‘회복’ 캠페인] ‘지상의 카타콤’서 사는 사람들, CDP는 희망의 빛

기아대책, 파키스탄 펀자브주 라호르 아동개발사업 사역 현장

입력 2018-02-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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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신 목사(왼쪽 첫번째)가 지난달 31일 파키스탄 레이윈드 벽돌공장 인근의 기독교인 가정을 방문해 하반신 마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의 다리에 손을 얹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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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수르 미라클시드학교에 다니고 있는 사울(12)이 흙 반죽을 틀에 넣어 벽돌을 빚어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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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윈드 은혜사랑학교 학생들이 마태복음 5∼7장에 나오는 산상수훈을 릴레이로 암송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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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오른쪽)·이화심(왼쪽) 선교사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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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펀자브주의 주도(州都) 라호르 외곽. 도심을 벗어나 비포장도로를 1시간 정도 달리자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굴뚝들이 나타났다. 곳곳에 솟은 굴뚝 주위로 쌓아올린 흙무덤 수십 개와 줄 지어 바닥에 깔린 수천 개의 벽돌이 보였다. 굴뚝 좌우에선 아이들이 언덕에서 곡괭이질을 하거나 흙과 물, 소금을 섞어 반죽을 만드는 데 여념 없었다. 등교 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그늘 하나 없는 흙무더기 틈에서 묵묵히 벽돌을 빚어내고 있었다.

국민일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익신(익산 북일교회) 목사와 라호르 인근 벽돌공장 지대에서 아동개발프로그램(CDP)으로 빈곤아동구호와 문맹퇴치 사역에 한창인 기아대책(기대) 봉사단 정영태·이화심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정 선교사 부부는 2011년 라호르에서 아동 50명과 CDP를 시작했다. 현재 8개 현지 학교에 있는 294명의 아동이 CDP 결연을 통해 경제적 도움과 교육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가운데 정 선교사 부부가 직접 세운 학교는 두 곳이다. 2011년 1월 카수르 미라클시드학교를 시작했고 이어 5월 카수르 인근 레이윈드에 은혜사랑학교를 개교했다.

파키스탄에서 크리스천은 사회 요직이나 전문직 분야로 진출하기 어렵다. 인구 약 2억명 중 97%에 달하는 무슬림의 사회적 차별 탓이다. 이 때문에 크리스천은 가난에 시달리다 벽돌공장 주인에게 돈을 빌리고, 빚을 다 갚을 때까지 벽돌공장에 묶여 사는 노예노동의 덫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노예노동은 대물림된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자녀들 또한 학교에 가지 못하고 벽돌공장 노동에 매달려야 한다. 생계를 위해 교육을 포기하는 가정도 많다. 온 가족이 일해도 빚을 갚기까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린다. 현재 파키스탄에서 14세 미만 아동의 노동은 헌법과 법률로 금지돼 있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CDP는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는 벽돌공장 아동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어줬다. CDP 결연 아동들은 문맹퇴치교육과 교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5∼7세 때부터 우르드어 영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을 배우고 있다. 이제 이곳 아이들은 벽돌만 빚어내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꿈꾸기 시작했다.

방문 당일 카수르 미라클시드학교에서 만난 니하(11)는 가족이 벽돌공장 주인에게 약 12만 루피(약 120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최소 기준인 벽돌 1000개를 찍어내도 일주일에 고작 5000∼6000루피(약 5만∼6만원)를 받는다. 빚을 갚고 나면 생활비마저 빠듯하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던 니하에게도 수년 전부터 꿈이 생겼다. 4년 전 CDP 결연을 통해 부모님 사정으로는 감히 꿈도 못 꾸는 학용품과 교육비를 지원 받아 미라클시드학교에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게 됐다. 니하는 훗날 벽돌공장 노동자 중 아픈 사람을 돕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다.

벽돌공장 노동자인 라피크 머시히(37)씨는 CDP의 도움으로 두 아들 다우드(14)와 사울(12)을 미라클시드학교에 보내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성경을 공부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다우드는 목사, 사울은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뿐만 아니라 점심마다 성경을 읽고 암송한다. 글자를 익히는 동시에 신앙을 키우기 위한 방법이다.

레이윈드 은혜사랑학교 학생들은 김 목사 일행 앞에서 성경암송 솜씨를 마음껏 뽐냈다. 현지인 교사가 마태복음 5∼7장의 산상수훈을 외울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라고 하자 고학년 여자 9명, 남자 4명이 자신 있게 앞으로 나왔다. 아이들은 막힘없이 릴레이로 15분 만에 암송을 끝마쳤다.

이어 김 목사 일행은 인근 마을의 기독교인 가정을 방문했다. 김 목사는 아들이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는 가정을 찾아 기도하며 위로하고, 남편 없이 힘들게 일곱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는 과부 가정을 심방해 격려했다.

그는 “로마제국 당시 크리스천들이 지하 카타콤에 있었다면 파키스탄 크리스천들은 지상 카타콤에서 믿음을 지키고 있는 셈”이라며 “기아대책 사역이 빵만 주는 게 아니라 영적 기갈까지 해결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CDP는 나아가 지역 공동체를 회복하고 강성 무슬림 국가인 파키스탄에 복음을 전하는 씨앗이 되고 있다. 은혜사랑학교 아사드 퀴멜(42) 교장은 “CDP의 도움을 통해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교육을 받고 부모들은 떠돌이 생활을 멈추고 빚을 갚아나간다”고 전했다. 현지 CDP 직원 아서프 길(31)씨는 “CDP는 무슬림 국가에서 학교 운영을 통해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앞으로 1000명까지 CDP 결연이 늘어나 파키스탄 아동들에게 복음을 널리 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서 사역하는 정영태·이화심 선교사 부부
“벽돌공장의 기독교인들, 히브리 노예 연상”


정영태·이화심 선교사 부부는 2005년부터 14년째 무슬림 국가 파키스탄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문맹률이 높은 파키스탄 농촌 지역에서 가난한 기독교인과 무슬림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기독교 신앙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정 선교사 부부를 지난달 30일 라호르에서 만났다.

정 선교사 부부는 2008년 4월 우연히 라호르 인근의 한 기독교인 마을에 들렀다가 벽돌공장 노동자들이 열악한 교육환경에 놓여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처음에 방문한 것은 이 마을에 살고 있는 가난한 과부의 딸이 수술비용을 내지 못해 복부를 제대로 봉합하지 못한 채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는 다른 기독교인도 여럿 살고 있었지만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고 있었다.

정 선교사는 “벽돌공장 가죽공장 등에서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가난에 시달리고 영적 분위기까지 침체돼 있어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하던 히브리 백성을 연상케 했다”며 “이들을 영적으로 깨워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정 선교사 부부는 이때부터 라호르 인근 벽돌공장 지대를 순회하면서 문맹퇴치 사역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기독교인과 무슬림을 가리지 않고 벽돌공장 노동자들을 불러 모아 기독교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라호르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카수르와 레이윈드에 학교를 세워 본격적으로 문맹퇴치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는 기아대책과 아동개발프로그램(CDP) 결연을 맺은 8개 학교에서 교육사업을 진행 중이다. 정 선교사는 “벽돌공장 근처에서 학교 교육이 시작된 뒤부터 30∼40%에 달하던 노동자 이주율이 10%로 떨어졌다”면서 “교육을 통해 노동자 가정이 정착하게 됐고, 벽돌을 만들어 빚 갚는 것만 생각하던 아이들도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지원 사업은 무슬림 선교로도 연결됐다. 벽돌공장 노동자 40∼50%는 기독교인이지만 나머지는 가난한 무슬림들이다. 파키스탄의 교육환경이 열악한 만큼 무슬림들 역시 영어 수학 우르드어 등을 배울 수 있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낸다. 실제로 CDP 결연 학교에 다니는 학생 절반은 무슬림이다.

정 선교사는 “이들 학교 교장들은 모두 기독교인이며,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며 “학교를 통해 무슬림 가정에 복음이 전파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파키스탄 전역에 흩어진 열악한 사정의 기독교 학교를 지원하고 복음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카수르·레이윈드·라호르(파키스탄)=글·사진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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