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우울한 대학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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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정진영] 우울한 대학졸업식

입력 2018-02-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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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 시즌이다. 많은 대학이 이번 주와 다음 주 초 사이에 졸업식을 치른다. 대학들은 졸업식이 썰렁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우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 불참하는 졸업생이 많아 식장은 휑뎅그렁하고, 학과 사무실엔 찾아가지 않은 졸업장이 쌓인 대학이 적지 않다. 혼자 졸업식에 온 ‘혼졸’이 꽤 있다고 한다. 졸업생과 축하객보다 꽃장사가 더 많다는 얘기가 우스개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자조가 쉽게 확인된다. 상인들 사이에 꽃이 많이 팔리는 ‘꽃자리 쟁탈전’이 치열하다는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대학졸업식을 우울한 행사로 만든 주범은 취업난이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 체감실업률은 20%가 넘었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실업률은 고졸 실업률을 껑충 뛰어넘었다. 여러 포털 사이트 설문조사결과, 졸업식 불참 이유가 대부분 ‘미취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들에게 ‘졸업’이란 영어단어 ‘commencement’의 또 다른 의미인 ‘시작, 출발’을 언급하는 건 결례다. 대학총장들이 축사에서 늘 주창하는 ‘도전의 열정’이나 ‘실패의 가치’는 더 이상 유용한 메시지가 아니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1967년 미국 영화 ‘졸업’에서 주인공 벤은 미국 동부의 명문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수재다. 그럼에도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했다. 진로를 묻는 질문에 그는 “그냥 부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의지와 무관하게 이리저리 떠다닌다는 뜻의 부유(浮遊)는 딱 지금 우리 젊은이들의 실태 그대로다. 대학졸업식이 가족의 잔치이자 사회진출의 통과의례쯤으로 여겼던 기성세대로서 빚진 느낌이다. 온 식구들이 모여 함께 축하하고 새 직장에의 기대감을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때를 돌이켜보니 왠지 아들뻘 졸업생에게 미안하다. 대학을 떠나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구가 있다. 영국 극작가 톰 스토퍼의 말이다. ‘모든 출구는 어딘가로 향하는 입구이다.’ 욕먹을 각오하고 덧붙였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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