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관계’ 70년 만에 첫 무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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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동성 군인 간 ‘합의된 성관계’ 70년 만에 첫 무죄 논란

“처벌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시민단체 “군 특수성 무시 피해자 늘어날 수 있어” 반발

입력 2018-02-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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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복무 때 동성 장교와 성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장교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동성 군인 간 성행위에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은 1948년 관련 법 제정 이후 처음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양상윤 판사는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중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군복무 중이었던 2016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타 부대 장교와 수차례 유사성행위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형법 제92조의6 조항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두 사람 간 합의에 따라 이뤄진 관계라도 동성 간 성행위는 군형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조항을 상대방 군인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합의된) 항문성교 등을 금지하고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강제성 없는 자발적 항문성교로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법익(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에 위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특히 은밀하게 행해지는 경우 군기나 전투력 보전에 직접적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길원평 바른성문화를위한국민연합 대표는 “동성 군인 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은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받았다”면서 “판사가 법률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군은 상하가 분명한 집단사회여서 상급자로부터 그런 요구를 받아도 거절하기 어렵다”면서 “동성 간 성행위를 처벌하지 않는 선례가 나오면 피해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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