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명민] 팀워크 절실한 정신보건 현장

국민일보

[기고-최명민] 팀워크 절실한 정신보건 현장

입력 2018-03-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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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많은 즐거움과 감동을 얻었지만 그에 못지않은 소중한 교훈도 얻었다. 팀워크가 필요한 상황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없으며,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가 얼마나 팀워크를 중시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자녀들에게 팀워크를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다.

우리 사회에도 팀워크가 필요한 일이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영역으로 정신보건 분야를 들 수 있다. 정신건강의 속성상 그 영향 요인을 한정짓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신건강을 잃으면 삶의 질 전반이 위태로워진다. 따라서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와 치료는 생물, 심리, 사회 측면을 포괄하는 통합적인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학문적 배경의 직역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러한 팀 접근은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와 가족, 그리고 사회 전체에 유익하다고 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도 1995년 정신보건법 시행 당시부터 정신과의사 외에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정신건강전문요원제도를 도입했다. 이들은 각 직역에 따른 수련 과정을 거쳐 ‘공통’ 역할과 ‘고유’ 역할을 병행하면서 정신질환의 치료와 재활뿐 아니라 중독, 자살, 트라우마 등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 문제와 일반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함께 일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병원을 비롯해 일상생활의 현장인 지역사회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팀워크의 중요성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는 함께 활동하는 타 직역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현실이다. 특히 그동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소명감으로 버텨온 지역사회 현장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들의 지위가 단기계약직화되면서 충분한 경험이 필수적인 정신건강서비스의 질 저하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와중에 지금까지 여러 직역이 함께 수행해온 상담 영역의 수가가 상향 조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직역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상담은 정신보건전문요원의 수련 과정과 보수교육을 통해 지속적으로 훈련이 이뤄지고 있으며 정신보건 현장에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에도 정신과 치료를 지원하는 인력으로 묵묵히 수행해온 역할이다. 이대로 수가체계가 확정된다면 그동안 이를 수행해온 수많은 전문 인력들의 권리와 일자리가 위협받고 그 피해는 그동안 서비스를 받아온 수혜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은 어떻게 하면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당사자들에게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다학제 정신건강전문요원들과 힘을 모을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지 서로를 배제해야 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질 관리가 필요하다면 각 직역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 될 것이다. 먼 길을 가려면 혼자 가지 말고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아직 갈 길 먼 한국의 정신보건을 위해 혼자 가려 하기보다 서로 존중하며 함께하는 팀워크를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

최명민 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회장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