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정당화 어려울 것” 문정인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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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체결되면 주한미군 정당화 어려울 것” 문정인 발언 논란

입력 2018-05-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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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진영은 감축·철수 반대 文 대통령 중대 딜레마 빠질 것”
주변국 입장 예민한 문제 거론 북·미 정상회담에 악영향 우려

문정인(사진)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주둔할 정당성이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는 남북한을 제외하더라도 중국과 미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여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문 특보가 불씨를 댕긴 이상 주한미군 문제가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문 특보는 30일(현지시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의 길’이라는 기고문을 통해 주한미군 문제를 거론했다.

문 특보는 “만약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고 자문하며 “협정 체결 후에는 주한미군의 계속적인 한국 주둔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한국의 보수 진영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강하게 반대할 것으로 예상돼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에 직면할 것”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해 일단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인식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의 한국 주둔 필요성에 대해 “우선 동맹국들과 논의하고, 북한과도 논의할 문제”라며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울러 미 NBC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존 켈리 비서실장의 불화설을 전하며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명령을 내리려는 것을 켈리가 단념시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를 부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북·미 회담을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사실 겉으로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평화협정 후에도 계속 주둔하는 것을 극구 반대하지는 않는 입장도 내비쳤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 때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주변 4국의 군사적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인식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확연히 다르다. 미국의 군사력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중국은 주한미군의 존재를 극도로 경계해 왔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반발한 것도 그런 경계심이 반영된 것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말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에게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지 않아 중국이 불만을 드러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중국은 한반도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미군 중심의 유엔군 역할이 없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특보의 발언은 살얼음판 같은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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