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부스러기 은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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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부스러기 은총

입력 2018-06-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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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발레 카라치의 ‘그리스도와 가나안 여인’│1600년쯤, 캔버스에 유채, 255×196㎝, 산파올로 파르마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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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 홍익대 바이오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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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마가복음 7장 24∼30절 말씀이다. 귀신 들려 고통받는 딸을 둔 수로보니게 지방의 여인이 예수께 고쳐 달라고 외치나, 예수님은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에게만 보냄을 받으셨고(마 15:24), 자녀의 떡을 개에게 주는 것이 마땅치 않다며 여인의 간청을 거절하셨다. 그러나 여인은 개도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는다고 말하며 다시 한번 간청했다. 유대인에게 주시는 만큼의 은총은 아닐지라도 그 부스러기 은총만 받아도 자기 딸이 나을 것이라 믿으며 간청하는 그 믿음을 칭찬하시며 병을 고쳐주셨다.

파란 옷을 입고 연민의 눈길을 주시는 분이 예수님이다. 그 뒤에는 제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말리고 있다. 수로보니게 여인은 두로 페니키아에 사는 이방인이다. 예수님은 유대인이 이방인을 개라고 부를 때 쓰던 키온이 아니라 키나리온이라는 낱말을 쓰셨는데, 이것은 집에서 키우는 작은 반려견을 말한다. 이방 여인은 모욕과 무시를 당했으나, 믿음과 간절함으로 부스러기 은총을 구하였다. 우리가 이 여인처럼 완전히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주님의 은총을, 부스러기 은총을 간절히 구할 수 있을까. 이 그림을 묵상하며 왼쪽 구석의 개에게 자꾸 눈길이 가는 것은 우리에게도 부스러기 은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일어나사 거기를 떠나 두로 지방으로 가서
한 집에 들어가 아무도 모르게 하시려 하나 숨길 수 없더라.
이에 더러운 귀신 들린 어린 딸을 둔 한 여자가 예수의 소문을 듣고 곧 와서
그 발아래에 엎드리니, 그 여자는 헬라인이요 수로보니게 족속이라
자기 딸에게서 귀신 쫓아내 주시기를 간구하거늘,
예수께서 이르시되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
여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이 말을 하였으니 돌아가라
귀신이 네 딸에게서 나갔느니라 하시매,
여자가 집에 돌아가 본즉 아이가 침상에 누웠고 귀신이 나갔더라.”
(막 7:24∼30)

# 안니발레 카라치(1560∼1609)=카라치 가문은 이탈리아 볼로냐를 거점으로 16세기 바로크 미술을 이끈 미술가 가문이다. 당시 안니발레는 거장 카라바조와 쌍벽을 이루며 실력을 인정받았는데,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는 카라바조와 달리 고전적이고 밝은 색조로 경건한 화면을 추구해 교회의 사랑을 받았다. 카라치 아카데미를 설립해 도메니치노, 알바니, 귀도 레니 같은 대화가들을 길러냈다. 유언대로 그가 존경했던 라파엘로 묘가 있는 로마 판테온 근처에 묻혔다.

<전창림 홍익대 바이오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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