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나이 수업’]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국민일보

[100세 시대 ‘나이 수업’]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기를…

입력 201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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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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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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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이제 나이도 많이 먹었고 마지막에 자식들 힘들지 않게 하고 싶어서 왔지요. 마침 친구 권사님도 그런 말을 하길래 이렇게 같이 왔어요.

#2.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아이들도 다 독립했고 언제 가도 갈 텐데 아이들한테 짐 되지 맙시다, 하고요. 진즉 오려고 했는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네요.

#3. 오래전 영감님이 중환자실에서 호스 끼고 한참을 계셨어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고생시킨 것 같아 눈물이 나요. 나는 그렇게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온 거예요.

일주일에 한 번 돌아오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센터 당번 날이다. 30여명의 전문 상담사들이 요일과 시간을 나눠서 일주일 내내 돌아가며 자원봉사로 상담실을 지키는데, 오늘은 특히 연세가 높은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의 사람이 앞으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됐을 때를 대비해 연명의료 및 호스피스에 관한 자신의 뜻을 직접 문서로 작성해 밝혀두는 것이다. 2016년 2월 법 제정에 이어 시범기간을 거친 후 올 2월 4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간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등록기관을 직접 방문해 상담한 후 작성, 등록하게 된다.

지금까지 내가 상담하고 의향서를 작성한 분 가운데 최고령자는 87세였고, 제일 젊은 분은 63세였다. 다른 상담사들의 기록을 보면 더 연세 많은 분은 물론이고 94년생인 스물네 살 청년도 있다.

상담실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전화를 켜니 부고가 들어와 있다. 10개월 동안 암으로 고생하신 87세의 친구 아버님이 떠나셨다는 소식이다. 아버지 3주기를 한 달 앞두고 그렇지 않아도 자주 울컥해지던 마음이 그예 눈물을 쏟아내고 만다. 주위 사람들이 갑자기 훌쩍거리는 나를 흘깃 쳐다보고는 약속이나 한 듯 눈길을 돌린다.

장례식장에 도착해 빈소로 향하는 도중에 남편의 휴대전화에 문자가 하나 들어왔다. 선배의 부친상 부고였는데, 장례식장이 공교롭게도 내 친구 아버님과 같았다.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 빈소였다. 선배의 아버님은 91세로 몇 년 전부터 편찮으셨지만 그런대로 잘 버티다가 얼마 전에 넘어지셨다더니 끝내 일어나지 못하신 모양이다.

친구나 선후배 부모님의 부고를 빈번하게 받는 나이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같은 날 돌아가신 두 아버님에다가 잇대어 자리한 빈소를 차례로 방문해 조문하기는 처음이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딸의 마음을 조금 일찍 겪었기에 상주인 두 딸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안고 가만히 등만 쓸어주었다.

돌아가신 두 분 중 한 분은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지막 시간을 보내셨다. 말기암으로 더 이상 치료가 어렵고 임종 시기가 예측되면서 완화의료 전문의사의 권유가 있었고 환자와 가족의 뜻도 일치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겼는데, 약 한 달간 아버님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또 한 분은 이전부터 자식들에게 마지막 때가 오면 생명 연장만을 위한 치료는 어떠한 것도 받지 않게 해달라는 뜻을 여러 번 밝히셨다고 했다. 법이 제정된 후에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돼 법에 정해진 방식대로 문서를 작성하기는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이전에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셨기 때문에 119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분 뜻에 따라 편안하게 떠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오늘 하루도 여전히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누구도 예외 없이 마지막 때를 생각하고 준비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 역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삶의 한 과정이며 동시에 그 무엇보다 분명하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자기가 받은 목숨대로 다 살고, 아주 늙은 나이에 기운이 다하여서, 숨을 거두고 세상을 떠나, 조상들이 간 길로 갔다.”(새번역, 창 25:8)

▒ 존엄한 마무리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하나, 서로 이야기하자

밑도 끝도 없이 죽음이나 이별, 임종을 입에 올리기 어렵다면 돌아가신 분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중에 혹은 먼저 떠난 조상을 기리는 설날이나 추석에 이야기하면 좋다. 내가 세상 떠날 때 원하는 것들, 살아오면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미루지 말고 하자. 누구도 죽음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마지막을 보내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일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먼저다.

둘, ‘사전돌봄계획(Advance Care Planning)’이 필요

사전돌봄계획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때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는 치료에 대한 것과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 두고 싶은 사항을 의식이 있을 때 미리 계획하는 과정이다. 건강할 때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주변 정리에 관한 개인적인 선택, 돌봄 제공자 및 대리인 지정, 임종 기간 전후의 환경 조성, 연명의료 관련 사항 등이 포함된다.

셋, 자기결정권의 존중

어디서 마지막을 맞이하고 떠날 것인가. 설사 노환이나 치매로 인해 표현이 어렵다 해도 본인의 평소 생각과 뜻, 바람을 헤아려서 본인이 원했을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고 배려해야 한다. 평소에 마지막을 맞이할 장소와 원하는 방식, 장례절차 등에 대해 의사표현을 하고 문서로 남겨놓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유경(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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