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톡방 성희롱 발언은 경찰대 퇴학 요건 될까, 1·2심 모두 퇴학처분 취소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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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카톡방 성희롱 발언은 경찰대 퇴학 요건 될까, 1·2심 모두 퇴학처분 취소 판결

경찰대 “앞으로도 엄격한 기준 적용하겠다”

입력 2018-07-0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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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만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동기 여학생에 대한 성적 농담을 한 경찰대 학생의 퇴학은 정당한가, 가혹한 것일까. 법원은 경찰대의 해당 학생 퇴학 조치에 대해 1·2심에서 모두 ‘지나치다’고 판결했다. 경찰대는 “경찰 간부를 기른다는 특수성과 성적인 발언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했다”며 한 차례 더 법원의 판단을 받을지 검토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2월 경찰대에 입학한 뒤 남학생 여러 명이 함께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수차례 성적 농담을 했다. 그는 그해 3월 말부터 자신을 포함해 남학생 11명이 소속된 대화방에서 여학생 B씨를 “젖○○”라고 지칭했다. 4월에는 다른 대화방에서 “여자 친구를 추천 받는다”는 글을 게시하고 특정 여학생의 사진을 올리면서 “프로필 사진부터 아줌마다” “이게 여자냐”라고 외모를 비하했다.

A씨는 경찰대 자체 조사에서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대는 이 발언이 퇴학 및 중근신 처벌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10월 학생징계위원회에서 A씨를 퇴학 처분했다. A씨는 이에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 만큼 중근신 조치로도 징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았던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3월 퇴학처분 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배움의 과정에 있는 학생인 점을 감안해 대학 사회 내에서 반성의 기회를 가지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비공개 대화방에서 말했을 뿐 피해 학생에게 직접 전달되지 않았던 점, 피해 학생이 A씨의 사과를 받아들인 점 등도 퇴학 취소 판결에 유리하게 반영됐다.

경찰대가 재판에 불복해 열린 항소심 결과도 같았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문용선)는 A씨에 대한 경찰대 측의 퇴학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과 같이 “퇴학은 지나치게 가혹하며 징계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를 일으킨 경찰대생의 징계에 관한 경찰대와 법원의 입장 대립은 처음이 아니다. 경찰대는 2015년에도 술에 취해 5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 입건된 학생을 퇴학시켰다. 하지만 퇴학 취소 소송에서 1심부터 대법원 상고심까지 모두 패소했다. 해당 학생은 복학 후 최근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대는 장래 경찰 간부가 될 경찰대생에게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므로 범죄행위를 엄중히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타인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등 성희롱을 해선 안 된다’는 학생생활규범 조항을 위배할 경우 원칙적으로 퇴학 조치하는 것이 경찰대의 교육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경찰대는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나 정예 경찰간부 양성이라는 학교 설치 목적에 따라 징계 기준은 앞으로도 엄격하게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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