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폼페이오는 北에 선의 아닌 단호함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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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폼페이오는 北에 선의 아닌 단호함 보여줘야 한다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와 목표 등 모호하기 그지없어…모든 가용한 수단 동원해 전면 검증 받아내야”

입력 2018-07-0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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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 세 번째 방북길에 오른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첫 고위급 회담이다. 일정과 검증 절차 등 구체적인 비핵화 내용을 채워나가는 진짜 협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의 방북 결과에 따라 북한 비핵화의 향방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 미국 내부는 물론이고 국제사회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가시적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비핵화 협상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정세는 또다시 얼어붙게 될 것이다.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우선 미국 행정부의 비핵화 시간표가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기를 반복하고 있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3일 ‘1년 내 북핵 해체’ 시간표를 언급했다. 반면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 완성을 목표치로 제시했다가 최근에는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비핵화 목표도 기존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서 영구적인 비핵화(PVID)로, 이번엔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FFVD)로 바뀌었다. 본격 협상을 앞두고 북한을 압박하지 않으려는 전술일 수도 있겠지만, 모호함의 정도가 너무 심하다.

더구나 북한은 비핵화 본질에 접근하지 않고 있다. 한·미로부터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얻어내고도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을 등에 업고 시간 끌기 전략을 구사하며 협상을 유리한 고지로 끌고 가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단계적 비핵화를 명분으로 경제적 보상과 체제 보장을 먼저 확약받으려 할 게 뻔하다. 그런 탓에 벌써부터 폼페이오 장관이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 정도의 선물만 받고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가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북·미 대화 회의론은 확산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대처 능력도 의심받으며,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만큼은 선의가 아닌 단호함을 보여줄 때다. 기한 없는 비핵화 약속만 받아온다면 실패한 과거 대북 협상을 되풀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북한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 끌기로 일관하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오는 강단을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비핵화 이행 계획을 받아내야 한다. 적어도 북한 핵시설의 전면 신고와 검증 원칙에 대한 합의만큼은 이끌어내야 한다. 북한이 순순히 응할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고 위험하다. 압박을 병행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미국 의회 일각의 경고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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