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요당한 병역거부… “나는 군에 가고 싶었다”

국민일보

[단독] 강요당한 병역거부… “나는 군에 가고 싶었다”

어느 여호와의증인 탈퇴 신도의 고백

입력 2018-07-05 00:01 수정 2018-08-02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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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하철역 근처에 설치된 여호와의증인 포교 선전물.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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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수색 훈련하는 모습.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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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단절되는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병역을 거부해야 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아니라 강제적 병역거부인 셈입니다.”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2%가 여호와의증인 신도이고 이들은 자신의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 여호와의증인 신도 박준원(가명)씨는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병역을 거부하지 않으면 여호와의증인에서 제명당하는데 이는 가족이나 친구와 단절되는 것이어서 할 수 없이 병역거부를 했다”며 “병역 대상인 청년 신도 대부분은 가족 모두가 여호와의증인 신도이기 때문에 갈등이 많다”고 했다.

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해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최근 결정을 지켜보면서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고 했다. ‘양심적’이란 말에 실소가 터졌기 때문이다. 그는 ‘여호와의증인, 인간사회를 사탄 세상 규정, 국가 의무 거부’라는 국민일보 보도(7월 2일자 25면 참조)를 접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그들의 실체를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여호와의증인 내부에서는 신도들이 양심에 따라 살 수 없도록 만들면서 외부적으로는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는 모순입니다. 여호와의증인 청년들 중엔 정말 자신의 ‘양심에 따라’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못 하게 합니다.”

그는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은 법정에서 ‘양심상 총을 못 잡겠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서 교도소에 간다. 이를 ‘중립을 지킨다’고 표현한다”며 “부모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다. 자기들끼리는 ‘효도 중립’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여호와의증인이 입영을 앞둔 청년들에게 지침을 준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왕국회관(여호와의증인 모임 장소) 관계자들이 입영 대상자들을 만나 ‘법원에서는 무조건 양심적 병역거부를 말하라’고 가르친다”며 “판사 앞에서는 ‘양심상 총을 들지 못하겠다’고 말하면 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여호와의증인이 제 양심을 존중해 줬다면 내가 왜 전과자가 됐겠느냐”며 “가족을 버리고 입대해 정상적인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위해 감옥에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나는 가족을 택했다”고 씁쓸해했다.

박씨는 결국 입영을 거부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1년 3개월은 교도소에서, 나머지 3개월은 가석방돼 생활했다”며 “교도소 안에서도 거부자끼리 수감돼 편하게 생활한다. 사실상 군 면제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국내 여호와의증인 신도는 1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스스로 신도가 되는 경우는 극소수이며 대부분 기존 신도의 자녀들이 부모의 신앙을 따라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된다. 이 때문에 내부 결속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어릴 적부터 반국가적·반사회적 태도를 지키도록 엄하게 교육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한다.

“정치적 중립을 이유로 투표를 하거나 정당에 가입하지 못하게 합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애국가를 부르지 못해 입만 벙긋한 적이 많았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도 못 하게 해서 가슴팍에 있는 옷 단추를 만지는 척했습니다.”

박씨는 “여호와의증인은 초등학생 때부터 사회와 유리되도록 교육받는다. 하느님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어서 규칙을 위반하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어릴 때부터 교리교육을 시키며 일주일에 두 차례 모임에 참석해 연설(설교)을 들어야 한다. 일대일 교육도 받는다”고 했다.



여호와의증인은 대학 진학도 막는다고 했다. “그들은 종말론에 모든 것을 겁니다. 곧 세상이 끝나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도 가지 못하게 하고 돈도 못 벌게 합니다. 만약 아버지가 핵심 신도인데 아들이 대학에 가면 직분을 사임해야 합니다. 본이 안 된다는 이유입니다. 대학 가면 이탈자가 생길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도 못 가게 합니다.”

그는 고교 시절 공부를 잘했지만 대학에 가지 말라는 강제적 명령 때문에 진학을 포기했다. 여호와의증인과 결별한 뒤에야 직장도 구하고 대학에도 갈 수 있었다. 그는 “이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다.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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