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판사회의가 법원장 추천”… 현직 판사가 공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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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판사회의가 법원장 추천”… 현직 판사가 공개 주장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 상정

입력 2018-07-05 19:07 수정 2018-07-05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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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판사가 전국 각급 법원장 선출에 판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법원 내부 전산망(코트넷)에 올렸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원인이 된 사법관료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법원장 판사회의 추천제’는 오는 23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안건으로도 상정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인수(44·사법연수원 32기) 판사는 지난 2일 내부 전산망에 실명으로 ‘왜 2019년 지방법원장 후보 판사회의 추천제인가’라는 글을 게시했다. 남 판사는 이 글에서 “법원판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장 30여명에게 행사하는 절대적 임명권을 제한하고 판사회의에서 법원장 후보를 직접 추천한다는 구상이다. 각급 법원에 설치돼 있는 단독·배석·부장판사회의 등에서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1명을 임명한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상위후보 중 한 사람을 임명해야 하므로 사실상 판사들이 법원장을 선출하는 효과가 있다. 남 판사는 “일선 법관의 두터운 신망을 받는 법관이 지방법원장이 되면 법관 독립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직 법원행정처 심의관의 말을 빌려 “이 제도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사법관료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장 추천제를 제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은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처음 시도된다. 남 판사 등 판사 11명은 해당 안건을 발제할 예정이다. 이르면 이날 토론을 거쳐 의결까지 이뤄질 수 있다. 전국 각급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으로 구성된 대표회의가 뜻을 모을 경우 김 대법원장도 이를 쉽게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권한 분산을 위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내려놓은 바 있다.

이 구상이 실현될 경우 선출직인 법원장은 일선 판사의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각 법원의 대표성을 지닌 법원장간담회는 전국 법원의 협의체 기능을 해 법원행정처를 대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행정처는 최소한의 사법행정을 지원하는 기구로 축소된다. 남 판사는 “판사회의 추천을 받은 지방법원장 탄생은 사법부 개혁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어 2019년부터 수도권 1곳, 지방 1곳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중견법관은 “판사 추천제를 도입할 경우 또 다른 인사요소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선거철마다 법원의 관심이 선거에 쏠려 본연의 업무인 재판에 소홀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장의 성향이 보수인지 진보인지 색깔론에 입각해 법원장을 바라보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법관들이 눈치를 더 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예를 들어 5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면 그에 반대하는 판사가 49%나 된다는 것”이라며 “다수결에 따르는 정치적 정당성과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는 법원의 성질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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