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무사 개혁에 내부 저항… 軍 못하면 국회가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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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무사 개혁에 내부 저항… 軍 못하면 국회가 나서라

입력 2018-07-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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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의 시대착오적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정부 시절 세월호 참사와 대통령 탄핵 상황에 개입한 정황이 여러 문서로 확인됐다. 60명 규모의 태스크포스를 꾸려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기무사령관이 그 작업을 독려하는 회의록도 나왔다. 촛불집회 시민단체를 사찰한 걸로 보이는 보고서가 공개되더니 탄핵이 기각될 경우 계엄 선포 절차를 정리한 문건까지 폭로됐다. ‘적폐’란 이런 거라고 웅변하는 듯하다. 기무사의 역할은 군사·방산 보안, 방첩수사, 대간첩·대테러 활동이다. 그 영역을 넘어 민간 사찰과 공작을 일삼다 1990년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개편했다. 이번에 드러난 행태는 과거 악습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기무사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개혁 방안을 검토해 왔다. 다음 주 최종 개혁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위 활동이 마무리될 시점에 기무사의 일탈이 잇따라 폭로되자 군과 정치권 일각에선 여론몰이라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설령 그렇다 해도 이는 고강도 개혁의 당위성을 더욱 입증해줄 뿐이다. 여론의 힘이 필요할 만큼 기무사 개혁에 내부 저항이 거세다는 것을 말해준다. 개혁위에는 세월호 사찰을 주도했던 기무사 참모장이 포함돼 있었다. 계엄령 문건이 폭로된 뒤 사퇴했다. 그가 물러나 12명이 된 개혁위원 가운데 절반은 여전히 군 관계자이고 그중 2명은 기무사 간부다. 민간지역 단위 기무부대 폐지 등 개혁위의 조직개편 방향에 기무사는 줄곧 반대해 왔다고 한다. 배경엔 그동안 인사에서 승승장구한 기무사 출신들이 있을 것이다.

이런 저항을 넘어서지 못해 어정쩡한 개편에 그치면 적폐는 다시 고개를 든다. 해체 수준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여당도 기무사 개혁 입법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가 국민이 납득할 개혁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회라도 나서서 근본적인 수술을 완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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