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얻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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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가시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얻을 게 없다

성과 없는 북·미 회담, 살라미 전술 더 이상 안 통해… 北 비핵화 압박설득 위한 우리의 역할 더 커져

입력 2018-07-09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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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했으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보다 더 진전된 성과는 없었다. 비핵화 검증 워킹그룹 구성 등 몇 가지 실무 후속조치만 합의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 측의 태도는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다”고 비난했다. 바로 이어서 도쿄에서 만난 한·미·일 외무장관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북·미가 정상회담 이후 첫 고위급 회담에서 엇박자를 낸 것이다. 이는 비핵화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이며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또 상기시켜 준다.

그렇다고 북한이 완전히 판을 깬 것 같지는 않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 끝부분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난 담화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대내용 매체에는 싣지 않았다. 후속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며 북·미 관계를 궤도에서 이탈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는 향후 비핵화 협상 자체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필사적으로 얻으려는 게 있다. 그렇다면 정세 인식을 똑바로 해야 한다. 우선,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북·미 대화의 동력을 상실하지 않으려면 가시적 성과물을 보여줘야 한다. 그게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의 일치된 견해다. 둘째, 핵보유국 인정을 받아 핵군축 등을 지렛대로 대미 협상을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는 동북아 안보와 국제 질서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다. 핵보유국 행세 시도는 더 강한 대북 제재나 군사적 조치를 불러올 뿐이다. 성공하지 못한다. 셋째,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상국가로 갈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미국은 세계 전략을 다루는 나라다. 이란 중국 러시아 등 시급히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 북한이 지금 미국의 최우선 외교 현안인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미국 정치의 인내심은 바닥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미국 내 부정적 여론 형성과 함께 북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멀어져 간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을 무시하거나 강경 대응할 수밖에 없고, 북한은 이문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 된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지금까지 버티면서 고비마다 이익을 챙겼던 구태 전술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 역량이 실로 중요해졌다. “첫술에 배부르랴”(청와대 대변인 논평) 같은 낙관과 감상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 청와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과정에서 ‘불가역적인 걸음’을 내딛고, 가시적 조치가 있도록 압박과 설득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상주의보다 더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북한을 다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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