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행정처, ‘원세훈 문건’ 작성 정다주 전 심의관 하드디스크도 제출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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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행정처, ‘원세훈 문건’ 작성 정다주 전 심의관 하드디스크도 제출 거부

‘하드디스크’ 임의 제출 싸고 法·檢 치열한 신경전

입력 2018-07-08 18:57 수정 2018-07-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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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가 정다주(42·사법연수원 31기) 전 기획조정심의관(현 울산지법 부장판사)의 하드디스크를 제출하라는 검찰 요구에 불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둘러싼 수사기관과 사법부 간 마찰이 연일 격화되는 양상이다.

8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정 전 심의관이 서울중앙지법 재직 시절 사용한 개인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행정처가 이를 거부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행정처 처장을 겸임한 고영한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도 미제출 상태다.

정 전 심의관은 2013년 2월부터 2년간 행정처에서 기획조정심의관으로 근무했다. 임종헌 당시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 직속상관이었다. 정 전 심의관은 2014년 12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 이듬해 2월 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전후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생산했다. 모두 사법부의 ‘재판 거래’ 정황이 담긴 문건이다.

정 전 심의관은 2015년 2월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부임한 뒤에도 문제의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익명 법관 카페인 ‘이판사판야단법석’ 사찰에도 개입했다. 특히 같은 해 7월 작성한 ‘현안 관련 말씀 자료’ 문건에선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총 54차례 거명된 정 전 심의관 관련 의혹을 전방위로 수사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행정처는 정 전 심의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사용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경우 행정처가 보유한 자료가 아닌 만큼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는 또 고 대법관이 행정처 시절 사용한 하드디스크를 계속 쓰고 있는 만큼 당장 검찰에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행정처가 다음 달 1일 퇴임하는 고 대법관의 하드디스크를 보존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찰로선 마냥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행정처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거듭 요청할 방침이다. 계속 불응할 경우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일부터 대법원 청사에서 행정처 관계자의 하드디스크 내 파일을 복사(이미징)하는 방식으로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행정처의 핵심 권한을 폐지하고 법원 안팎의 인사로 구성된 ‘사법행정회의’(가칭)를 설치해 사법행정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제2전문위원연구반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내용의 ‘재판지원 중심의 법원행정처 구현’ 방안을 위원회에 보고했다. 오는 17일 열리는 사법발전위 6차 회의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된다.

신훈 이가현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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