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영성의 샘 마르지 않도록 관리 절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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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 영성의 샘 마르지 않도록 관리 절실하죠”

포이메네스 영성수련회 이끄는 이철신 운영위원장·유해룡 연구위원장 대담

입력 2018-07-1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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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신 영락교회 원로목사(왼쪽)와 유해룡 장신대 은퇴교수가 지난 5일 경기도 광주 영락수련원에서 목회자 영성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송지수 인턴기자
목회자들은 늘 충만한 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다. 격무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담임목사의 경우 일주일에 최소 열 차례 설교해야 한다. 심방이나 장례·결혼예배에 외부 설교까지 더해지는 것도 일반적이다. 교회행정도 책임져야 하니 쉴 틈이 없다. 설교는 목사가 가진 영성의 샘물을 교인들에게 퍼주는 일이다. 채우지 않으면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영적 배터리’가 소진되면 충전할 길이 없다. 목사들이 다른 교회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영성을 회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두고 보기만 할 수도 없다.

지난 5일 경기도 광주 영락수련원에서 만난 이철신 영락교회 원로목사와 유해룡(경기도 모새골교회 담임) 장로회신학대 영성신학 은퇴교수는 목회자들이 훈련을 통해 자신의 영성을 관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를 제시했다. 올여름 수련회는 다음 달 19∼24일 이곳 영락수련원에서 진행된다. 이 목사와 유 교수는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의 운영위원장과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들에게 목회자 영성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목사들이 왜 영성 관리를 해야 하나요.

△이철신 목사=목사들이라고 평생 써도 넘칠 영성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사용하는 만큼 소진되죠. 목사의 영성을 나누는 게 설교라면 영성의 고갈은 빈약한 설교로 이어집니다. 목사의 영성이 피폐해지면 교인들도 시험에 빠지기 쉽습니다. 목사의 영성 관리는 건강한 목회의 첩경입니다.

-영성을 관리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유해룡 교수=영성 관리는 삶을 바꾸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영성훈련 시간표’에 따라 반복적으로 훈련하며 몸에 익히는 것이죠. 매일 기도와 성경읽기, 묵상과 노동을 반복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목회자들도 반복을 통해 고갈된 영성의 샘을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불행해집니다. 그런 면에서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에 대해 소개 부탁합니다.

△이 목사=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는 목회자들의 영성생활을 돕기 위해 영락교회 한경직기념사업회가 2015년 만든 신학자와 목회자의 연구 모임입니다. 역점을 두는 일은 매년 두 차례 열고 있는 영성 수련회죠. 지금까지 다섯 차례 진행했고 100여명이 참여했습니다. 강사의 설교나 발표를 듣기만 하는 수련회와 달리 참가자 전원이 참여해야 합니다. 심지어 강사들도 동참합니다. 눈에 띄는 특징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침묵 수련회인가요.

△유 교수=침묵해야 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그룹토의 시간을 제외하곤 말을 하면 안 됩니다. 침묵을 위해 숙소도 1인 1실입니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죠. 스마트폰도 반납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목회자들에게 자칫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나절만 지나도 침묵이 주는 은혜를 체험합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합니다. 전체 프로그램은 목사들이 일상에서도 영성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생활을 리모델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장 적합한 모델을 교회역사 속에서 찾았습니다.

-어떤 모델인가요.

△이 목사=바로 ‘성무일과(聖務日課)’입니다. 이는 성직자의 의무로 주로 로마 가톨릭교회의 문화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오래전 사막에서 활동했던 고대 교회의 교부들로부터 시작해 종교개혁자들에게까지 이어진 교회의 전통입니다. 성직자들을 위한 영성 시간표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포이메네스 수련회에 참여하면 하루 세 차례 기도회와 저녁 성찬식, 성서묵상과 교제가 이어집니다. 6일 동안 이를 반복하면서 목회자들이 몸에 익힐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교회로 돌아가서도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목회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수련회로 이해하면 됩니다.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이 목사=목회자들이 성경 앞에 바로 서고 영성이 충만해지면 한국교회가 바로 서게 됩니다. 이것이 확산돼 하나의 운동으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교회의 건강성은 반드시 회복됩니다.

△유 교수=목회자는 영적인 여정을 걸어가는 사람입니다. 단지 설교자라고만 규정한다면 지나치게 기능적으로만 이해한 것이죠. 영성 수련회가 지향하는 건 목회자도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영적인 여정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걸 확인하는 데 있습니다. 늘 교인만 훈련하다 자신이 사라지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의미죠. 목사의 성경읽기는 늘 교인을 향합니다. 자신은 성경을 읽으면서도 소외돼 있죠. 스스로의 영성을 충만하게 하자는 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목회자들에게 들려줄 조언이 있다면.

△이 목사=목회자들이 굉장히 낙심하고 좌절하고 있다는 걸 잘 압니다. 간혹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도 어느 순간 황폐해진 모습을 발견하곤 하죠. 대부분 그렇습니다. 포이메네스 영성 수련회가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광주=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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