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이 가야 할 길 베트남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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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이 가야 할 길 베트남이 가고 있다

입력 2018-07-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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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제시한 베트남식 모델은 북한에도 적용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다.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경우 베트남 같은 경제적 번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일본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폼페이오 장관은 8일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후 성장을 이룬 베트남의 길을 걸어라”면서 “그 기적이 당신의 것이 될 수 있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베트남식 모델을 권고했다.

북한과 베트남은 유사점이 많다. 둘 다 사회주의 국가이고, 미국과 전쟁했고, 오랫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1995년 미·베트남 수교 이후 두 나라의 길은 달랐다. 베트남은 시장경제를 적극 도입해 고도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반면 낡아빠진 주체를 고집한 북한에게 돌아온 것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베트남이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수교를 맺은 이유가 무엇이겠나. 이념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걸 뼈저리게 절감한 때문이었다. 15년에 걸쳐 전쟁을 벌인 철천지원수 미국이 현재 베트남 제일의 교역국이라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더욱이 무역흑자 상당 부분이 대미교역에서 나올 정도로 베트남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중은 엄청나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7%를 넘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85달러(지난해 기준)에 이른 베트남은 ‘포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동남아시아의 신흥 경제 강자로 부상한 지 오래다. 지도층이 솔선해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추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북한이 가야 할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핵 폐기가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의 일관된 CVID 원칙을 ‘강도적 요구’로 배척하는 한 더 이상의 진전은 없다. 칼자루를 쥔 쪽은 국제사회이지 북한이 아니다. 버틸수록 김 위원장의 염원인 ‘경제우선’ 실현만 멀어진다. 베트남의 길을 갈지 말지, 선택은 북한의 몫이다. 답은 자명하다. 서둘러 핵 폐기 시간표를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보상을 요구하는 게 순리다. 완전한 비핵화 약속이 허튼 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공은 또 다른 강공을 부를 뿐이다. 북한이 국제사회를 믿고 과감한 선제행동에 나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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