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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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하라

“결정 시한 임박했지만 노사 간 이견 여전한 상태… 최저임금위는 ‘1만원 공약’ 너무 의식해선 안돼”

입력 2018-07-10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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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법정시한이 오는 16일로 임박했지만 경영계와 노동계 간 이견이 너무 커 접점을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급 1만790원을 제시했다. 올해보다 무려 43.3%나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얼마 전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초 제시안이라고는 하지만 지나친 요구다. 사용자 측은 시급 7530원으로 올해 수준에서 동결을 주장했다. 올해 예년의 두 배가 넘는 16.4% 인상으로 경영계, 특히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져 내년에는 더 이상 인상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양측 최초 제시안의 격차가 무려 3260원이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0∼11일과 13∼14일 전원회의를 4차례 더 열 예정이다. 노사가 합의안을 도출하는 게 최선이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기대난망이다. 결국 법정시한에 임박해 공익위원들의 조정안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예년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공익위원들이 열쇠를 쥐고 있는데 노사 어느 쪽에도 치우쳐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약속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이행하려면 올해도 10% 중반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소상공인들이 그 충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지급여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의 처지도 함께 감안하는 게 합리적이다. 실물 경기와 바닥 경기가 좋지 않은데 인건비 부담까지 가중돼 폐업하는 사업장이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 위원들은 이런 여건들을 균형있게 반영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최저임금위에서는 경영계가 요구한 사업별(업종별) 구분적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업종별로 노동강도나 생산성, 수익성 등이 제각각인데 최저임금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불합리하다. 최저임금법 제4조에도 최저임금은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시한이 촉박하다면 업종별 차등적용 원칙에 합의하고 추후 노사정 대화기구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이 ‘을 간의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제도적인 보완책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불공정한 계약 및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소액 다결제 업종에 대한 신용카드 우대수수료율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상가 임대차갱신 요구 기간도 10년 이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경제 주체들이 골고루 나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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