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체’ 비난 들어도 싼 기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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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해체’ 비난 들어도 싼 기무사

“근본적인 개혁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입력 2018-07-1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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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군기무사령부에 대한 독립수사단 수사를 지시했다. 인도 국빈방문 와중에 지시를 내린 건 지난정권에서의 기무사의 불법과 일탈이 귀국 때까지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엄중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일탈행위만으로도 조직을 해체해도 기무사로선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제기된 의혹들은 하나같이 경천동지할 일이다. 그중에서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결정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계엄령 계획을 세웠다는 건 충격이라는 말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당시 기무사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은 촛불시민을 ‘진보(종북)’로 규정하고 계엄군 부대와 병력 규모, 배치까지 세세하게 기록했다.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주요 헌법기관을 장악하고 공수부대로 시민들을 진압하는 계획은 1980년 광주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친위쿠데타 음모설이 제기되는 이유다.

민간인 사찰과 댓글 공작도 주요 임무였다.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하거나 회유하고, 댓글을 조작해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 환경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군은 기무사 개혁에 나서기는커녕 조사마저 미적거렸다.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 군 검사들로 구성된 독립수사단의 수사는 늦었지만 당연한 수순이다. 군 수뇌부가 조직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수사에 압력을 가할 경우 기무사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그리고 정부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기무사 개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국군기무사령부령에 규정된 기무사 업무는 방첩, 군사보안, 군 또는 군 관련 첩보 수집, 안보사범 수사로 국한돼 있다. 이런 본래 임무를 망각하고 정권의 충견 노릇을 했기에 기무사가 지금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기무사는 최근 고강도 개혁을 통해 본연의 업무인 보안·방첩부대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전신인 보안사령부도 1990년 1300여명에 달하는 정치인과 민간인 사찰 사실이 폭로되자 이듬해 기무사로 이름을 바꾸고 환골탈태를 약속했었다. 20여년 만에 도로 제자리다.

기무사는 없으면 안 되는 조직이다. 기무사의 임무는 누가 하더라도 꼭 해야 하는 군의 핵심 기능이다. 해체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나치게 비대한 조직과 가능을 대폭 축소, 조정하는 쪽으로 개혁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개혁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기무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권력의 자의적 입김이 개입될 여지를 남겨두면 기무사의 불법과 일탈은 언제든 재발한다. 권력과 군 모두 군이 정권의 파수꾼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파수꾼이라는 확고한 인식을 공유한다면 기무사 개혁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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