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먹으라-김영봉 목사가 읽은 유진 피터슨 설교 전집] 설교자여 성경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라

국민일보

[이 책을 먹으라-김영봉 목사가 읽은 유진 피터슨 설교 전집] 설교자여 성경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라

물총새에 불이 붙듯/유진 피터슨 지음/양혜원 옮김/복있는사람

입력 2018-07-12 00:00
  • 국민일보 카카오플러스 친구등록하기

기사사진

김영봉 목사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기사사진

유진 피터슨 목사가 29년간 강단에서 선포했던 설교 중 49개를 모은 설교집이 출간됐다. 피터슨 목사의 설교는 성경 본문과 회중에 대한 존경이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국민일보DB

기사사진

이전사진 다음사진
1 2 3
‘물총새에 불이 붙듯’(복있는사람)은 오늘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영성가 유진 피터슨의 설교 선집이다. 그는 캐나다 리젠트칼리지에서 가르치며 저술가로 알려지기 전 미국 메릴랜드 북쪽의 한 교회에서 29년간 설교자로 살았다. 강단에서 선포했던 설교 중 마흔아홉 개를 선별했는데, 저자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은 것이 아니라 ‘회중과의 협업’을 가장 잘 대변하는 것을 선정했다고 말한다.

설교는 성경의 주요 인물인 모세 다윗 솔로몬 이사야 베드로 바울 요한을 중심으로 일곱 묶음으로 엮여 있다. 각 묶음에 대한 간략한 서론은 성경의 각 장르, 즉 모세오경 역사서 시가서 예언서 복음서 서신서 요한계시록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설교자가 성경의 각 장르를 어떻게 읽고 설교할 것인지를 친절하게 안내해 준다.

서문에서 그는 짧지만 의미심장한 설교론을 피력한다. 그는 설교자로 형성돼 가던 초기에 폴 투르니에 박사와의 만남에서 사상과 말, 인격이 하나 된 모습에 큰 감화를 받았고 그것이 그의 설교론의 가장 중요한 기둥이 됐다고 밝힌다. 즉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으로 체화하는 모델을 본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신이 선포한 말씀을 실천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말씀과 자신의 인격 사이의 간극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영성가로서 자신의 인격에 말씀을 체화하는 데 힘썼다. 그가 썼던 책 제목대로 그는 말씀을 ‘먹었고’ 그가 먹은 말씀이 그를 만들었다.

책에 수록된 설교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독자를 성경의 세계 안으로 인도해 그 세계 안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점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본문과 회중에 대한 그의 지극한 존중심 때문이다. 그는 성경 본문을 극진히 대한다. 그렇기에 세밀하게 분석하고 차분히 읽고 행간을 살핀다. 역사적 배경에 비춰 보고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본문을 살아나게 하고 본문이 스스로 말하게 한다.

또한 그는 일방적으로 회중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설교자로서 그의 임무는 회중의 심리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회중을 본문의 세계 안으로 인도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책이 피터슨의 ‘마지막 선물’이라고 하지만, 실은 그의 대표 저서가 쓰이기 전 선포됐던 설교들이다. 출판을 준비하며 수정과 보완을 거쳤겠지만 그가 영성가로 알려지기 전에 쓰인 설교들이다. 이후 출판된 그의 저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영성 신학이 일찌감치 발아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그가 자신의 영적 성장과정으로서 설교를 준비하고 선포했다는 뜻이다. 자신의 실존과 분리된 설교가 아니라 철저히 자신을 향한 말씀으로 준비했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그는 그 설교를 통해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회중도 그와 함께 성장하고 성숙했을 것은 의심 없는 일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 한국교회에 이 책이 갖는 중요한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한국교회 강단에 가장 결여돼 있는 두 가지는 성경 본문에 대한 존경심과 회중에 대한 존경심이다. 성경 본문을 자주 인용하는 것이 성경을 존중하는 게 아니다. 겸손하게 성경 본문을 대하고 본문이 말하는 바를 정직하게 선포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설교자가 본문을 침묵시키고 자신의 말을 전하는 도구로 삼고 있는 형편이다. 설교자가 선택된 본문을 붙들고 진지하게 씨름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강단은 억지와 강요, 선동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회중에 대한 존중심 부재의 이면이다. 회중에 대한 두렵고 떨림이 설교자에게 있다면 그 귀한 시간을 자신의 생각으로 채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설교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설교자가 먼저 성경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회중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성경의 이야기를 오늘 일상의 빛에서 읽고 깨달음의 이삭을 줍는 일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또한 영성에 목마른 모든 믿는 이들에게 단비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단,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라. 급히 읽어내려 하지 말라. 차분히 앉아 천천히 곱씹으며 읽으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자주 미소 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멈추게 될 것이다.

김영봉 목사 (미국 와싱톤사귐의교회)

많이 본 기사

반려인 연구소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