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북한 비핵화 악용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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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中,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 북한 비핵화 악용 말라

입력 2018-07-1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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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중국 배후론을 또 꺼냈다. 즉각적인 반응을 표했던 예전과 달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회담이 끝난 지 이틀이 지나서야 언급했다는 점에서 작심 발언으로 평가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순조롭지 못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 최정점에 달한 시점이어서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무역에 이어 대만 갈등까지 더해지며 미·중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이 북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다. 중국이 북한 영향력을 활용해 비핵화 협상에 개입함으로써 무역전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그러기에 이번 발언에는 무역전쟁이 북·미 협상 국면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밀착관계를 보이는 북·중 간 균열을 시도하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한편으론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역·통상과 비핵화 두 분야 모두에서 일정 성과를 거둬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조급함마저 묻어난다.

중국은 미국의 의도와 달리 북한을 미·중 협상에 이용하려는 의사를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유엔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을 담은 안보리 언론성명을 추진한 바 있다. 또 북·중 국경 지역에서의 밀무역을 묵인하는 등 제재의 뒷문을 열어주는 의심스러운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다. 무역전쟁이 격화될 경우 중국은 손에 쥔 북한 카드를 더욱 세게 흔들 게 뻔하다. 이렇게 되면 비핵화 논의는 장기화하면서 합의와 파기를 반복했던 과거의 잘못된 핵 협상을 되풀이하게 될지 모른다. 특히 G2의 무역전쟁 속에 북한 비핵화 문제가 협상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결국 나쁜 합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낸 것은 대북 제재다. 제재가 유명무실해지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그러기에 한·미·일이 확고한 대북 제재 의지를 다지고 중국이 이탈하지 않도록 막는 게 중요하다. 입만 열면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는 중국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바란다면 북한 뒷배를 봐줄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설득하는 게 마땅하다. 무역전쟁의 방패막이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악용해선 안 된다. 중국이 뒷문을 계속 열어두는 건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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