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촛불’ 겨냥한 계엄령 문건…창군 첫 독립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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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포커스] ‘촛불’ 겨냥한 계엄령 문건…창군 첫 독립 수사

文 대통령, 宋 국방에게 ‘기무사 문건’ 수사 지시

입력 2018-07-10 18:31 수정 2018-07-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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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군기무사령부 수사 지시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송 장관은 최근 제기된 기무사 관련 의혹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독립적인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위수령 검토 문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한 것은 이번 사안이 헌정 파괴에 버금가는 국기문란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 청와대 안보라인과 국방부 윗선을 중심으로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한 것과 관련,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을 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독립수사단이 수사하도록 했다. 이로써 창군 이후 처음으로 특정 사건 수사를 명받은 독립수사단이 출범하게 됐다.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현지에서 직접 수사단 구성 지시를 내린 것은 사안이 그만큼 엄중하고 진실규명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리 국민들은 촛불혁명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었다. 나는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할 만큼 촛불집회의 의의를 높게 평가해 왔다. 촛불집회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980년대 이후 군이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다.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탱크를 앞세우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계엄령 관련 증거들이 나오면서 정부 입장에서도 소극적인 대처를 하기에는 사안의 폭발성이 너무 커졌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 지시에는 군에 대한 불신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기무사의 계엄령 관련 문건을 보고받았지만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3월 이후 군이 중심이 되어서 사안을 보고 있었지만 속도가 나지 않았다”며 “이달 들어 신빙성 있는 보도와 자료가 나와 공식적으로 수사를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도 “기존 국방부 검찰단 수사팀에 의한 수사가 의혹을 해소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참모들은 지난 8일과 9일 현안점검회의에서 계엄령 문건에 대해 논의했고, 인도로 출국한 문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이틀간의 회의에서 참모들은 문건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독립수사단을 군내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 검사들로 꾸리는 것도 이러한 차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계엄령 문건과 세월호 사찰 관련자가 제일 많은 것으로 파악되는 곳이 육군이라 철저한 수사를 위해 육군 출신을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수사단은 향후 국방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 민간인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 검찰 등 민간 법조인도 수사단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를 통해 기무사가 개혁을 넘어 해체 혹은 대폭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이번 수사와 기무사 개혁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김 대변인은 “이번 조사는 누구의 지시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을 만들었는지, 누가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이라며 “제도적 개혁 문제와 이번 수사 문제는 별개인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수사를 통해 고칠 수 없는 기무사의 제도적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대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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