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조해진] 보수 재건 위한 국민위원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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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조해진] 보수 재건 위한 국민위원회 만들자

입력 2018-07-1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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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선고를 받은 이에게 남은 시간은 무의미하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일 뿐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 보여주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은 차기 총선까지 남은 1년10개월의 시간이 당 해체 과정일 뿐임을 말해준다. 문재인 정권의 향후 실정에 대한 반작용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모습이면 국민들은 이 정권이 싫어도 최악보다는 차악을 선택하기 위해 마지못해 또 민주당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당의 유일한 선택지는 5·16 직후 제로 베이스에서 공화당을 창당했듯이 완전히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민정당을 민자당으로,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는 수준의 처방으론 백약이 무효다. 지금은 일과성 위기가 아니라 기존의 보수정당 체제가 수명을 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 보수정당 체제는 변화의 대응에, 새로운 가치의 창출에, 진영의 힘을 하나로 결집해 내는 데 실패했다. 보수진영으로부터 괴리되고, 외면당하고, 고립된 체제다. 많은 사람들이 연이은 패배가 보수진영이 아닌 보수정치 세력의 패배라고 보는 이유다. 보수정당은 패배하고 심판받고 나락으로 떨어졌지만, 보수진영은 여전히 진보진영보다 우월하고 강하다고 보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은 명망가 정당도, 출세한 사람들의 구락부도, 정치권 인사들의 자가발전 모임도 돼선 안 된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한국당이 주도권을 쥐고 소집하는 조직이어서는 더욱 안 된다. 보수진영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 보수의 재기를 갈망하는 각계의 지식인, 전문가, 활동가, 단체와 조직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국당은 새 보수정당 창출의 플랫폼을 만들고, 그 작업을 주도할 각계의 보수 대표 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범보수 신당 창당을 전적으로 위탁해야 하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아니라 보수 재건을 위한 국민위원회를 만들고 전권을 위임하는 것이다.

새 보수정당은 보수진영으로부터 고립된 갈라파고스 정당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시대변화를 따라가고, 인재를 체계적으로 충원하기 위해 청소년 조직과 대학청년 조직부터 만들어야 한다. 당원들이 자녀들의 손을 잡고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당이 돼야 한다. 진영 위에 정당이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진영이 보수정당을 견인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 보수정당은 소통과 협력, 연대를 통해 보수진영으로부터 정책 공급, 인재 충원, 조직 동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횡적으론 각계의 전문 직능과 지역별로 전략과 정책, 인력이 수시로 지원되고, 종적으론 청소년기부터 당의 꿈나무들이 배우고 경험하고 훈련받는 구조가 돼야 한다. 보수정당이 홀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보수진영 전체가 힘을 결집하여 총력으로 싸우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선거용 떴다방이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변화에 적응하며, 미래가 있는, 지속 가능한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새 보수정당은 당원 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연령, 세계관이 한쪽으로 치우친 당원 구성으론 변화에 적응할 수도,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도 없다. 창당 과정에서 세대와 계층, 지역과 직능별로 다양한 배경과 경험, 사고를 지닌 풀뿌리 당원들을 대대적으로 수혈해야 한다. 유소년기부터 당원 활동이 가능하게 하고, 청소년, 대학청년들의 정치활동을 획기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보수 재건위원회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보수진영의 역할과 책임, 공과에 대한 역사적 성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승만·박정희 이후에 보수진영이 시대를 선도하는 새로운 가치와 이념, 국가전략을 제대로 정립한 적이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시대를 걱정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꾸는 각계의 보수 인재와 지사들을 격동시켜서 보수 재건 국민운동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새 보수정당을 창출해야 한다. 이 작업에 단초를 제공하고 물꼬를 터주는 것이 지금 한국당이 해야 할 역할이자 책임이다.

조해진 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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