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미치도록 매혹적인 그와 함께하는 황홀경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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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남자’ 미치도록 매혹적인 그와 함께하는 황홀경 [리뷰]

입력 2018-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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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 우르수스가 이끄는 유랑극단이 서커스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에는 박효신 박강현 수호 정성화 양준모 문종원 등 티켓파워와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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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와. 웃는 남자를 봐. 돈이 아깝지 않지. 꿈에서도 못 볼 신비로움. …호기심이 간질거려, 자다가도 밤잠 설쳐, 멍 때리다 후회 말고, 일단 와. 돈 내고 일단 와봐.”

극 중 유랑극단이 본격적인 공연의 시작을 알리며 부르는 노래 ‘일단 와’의 후렴구. 유머러스한 가사가 실제 관객에게 던지는 호기로운 외침으로 들린다. 올해 뮤지컬계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 온 ‘웃는 남자’가 베일을 벗었다. 170분간의 황홀경은 그 자신감의 이유를 확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기획·제작기간 5년, 총 제작비 175억원.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창작뮤지컬이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처음 무대로 옮겼다. 완성도로 따지자면 국산 창작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을 만하다. 한국도 이런 공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17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 소년 그윈플렌은 인신 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납치됐다가 입이 찢긴 채 버려진다. 눈보라 속을 헤매던 그는 얼어 죽은 여자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는 아기 데아를 발견하고 그를 거둔다. 오갈 곳 없던 두 아이는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를 만나 도움을 청하고, 셋은 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

유랑극단을 꾸린 우르수스는 그윈플렌과 데아의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을 올린다. 광대가 된 그윈플렌은 단숨에 유명세를 얻고, 우연히 공연을 본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를 향한 욕망을 품는다. 그러던 중 ‘눈물의 성’이라는 악명 높은 고문소로 끌려가게 된 그윈플렌은 자신이 귀족의 자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작품의 주제는 극 중 그윈플렌이 내뱉는 이 대사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낮은 곳과 높은 곳,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시종 대비시키는 이 작품은 ‘상위 1%’의 사람들이 변해야 비로소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 열릴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나 남모를 상처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그윈플렌은, 인간성이 상실된 사회에서 불행한 삶을 견뎌내는 하층민의 모습 그 자체로도 보인다. 귀족들은 기이한 얼굴을 가진 그윈플렌을 ‘괴물’이라며 괄시하지만, 그들의 끝없는 탐욕과 추악한 민낯이 드러나는 순간 관객은 진짜 괴물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웃는 남자’는 해외 라이선스 공연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작품성을 자랑한다. 연기 노래 안무 무대 조명 연출까지 공연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부족함을 찾기 어렵다. 환상적으로 꾸며진 매 장면이 감탄을 자아낸다. 스크린을 활용한 배경 연출이나 무대장치 활용도 탁월하다. 여인들이 달빛 아래 강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 압권이다.

배우들의 출중한 실력 또한 이 작품의 큰 힘이다. 특히 그윈플렌 역의 박효신은 놀랄 만한 가창력과 감수성을 보여준다. “박효신의 목소리는 경이로운 악기 같다. 다른 누구도 내지 못하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극작 및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이 내린 정확한 평가이다. 극의 흐름에 따라 감미로움과 파워풀함을 넘나드는 그의 음성은 짙은 울림으로 전해진다.

‘웃는 남자’는 이미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판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EMK의 엄홍현 대표는 “한국 작품도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오는 8월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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