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 시변 내세워 민변 ‘고립 전략’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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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 시변 내세워 민변 ‘고립 전략’ 세웠다”

민변 관계자 참고인 소환

입력 2018-07-11 18:55 수정 2018-07-11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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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교(왼쪽 두번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무총장 등 민변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에 반대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을 회유하기 위해 ‘고립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11일 드러났다. 보수 성향이 뚜렷한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을 내세워 민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자는 방안도 적극 검토됐다.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대응 전략이 실제 이행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민변 관계자를 소환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송상교 민변 사무총장과 김준우·최용근 사무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행정처가 작성한 ‘민변 대응 전략’ 문건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 문건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4명의 하드디스크에서 발견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 410개 중 하나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행정처로부터 410개 문건 파일을 임의제출 받았다.

민변이 검찰 조사 직후 공개한 문건 내용에는 행정처가 민변을 장기적으로 ‘고사’시키려는 방안까지 검토한 정황이 담겨 있다. 민변에 따르면 행정처는 시변을 대응단체로 내세워 민변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문건에서 강조했다. 일부 진보 성향 및 민변 출신 법사위 국회의원을 상고법원에 찬성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민변과 대립각을 세우게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민변의 조직현황과 당시 주요 동향, 의사 결정 방식 등 내용도 문건에 포함돼 있다고 한다.

최 사무차장은 “문건에 비춰 보면 민변에 대한 대응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행정처 사법정책실이 민변을 담당하는 주무부서로 배치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의 이름을 명기한 뒤 이들에 대해 “블랙리스트라고 해 널리 퍼트려야 한다”고 적힌 문건도 있었다.

행정처가 상고법원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을 민변과의 거래 수단으로 삼으려 한 정황도 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진당 해산 및 소속 의원 지위 박탈 결정을 했는데, 당시 민변 소속 이재화 변호사 등은 ‘소속 의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이에 통진당 소속 국회의원·비례지방의원 등은 2015년 서울행정법원 등에 ‘의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대응 문건에는 당시 행정처가 소송 진행 과정에서 민변의 요청 사항 등을 들어주는 대가로 민변의 상고법원 입장 변화를 이끌어내려 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행정처는 이 거래를 ‘빅딜’로 지칭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변호사의 법원 내 지인을 통해 상고법원 관련 회유를 시도한 뒤 ‘회유가 쉽지 않다’고 보고했다.

한편 검찰은 대법원에서 임 전 차장 등 전직 행정처 관계자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복사)’ 방식으로 확보하고 있지만 법원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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