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장지영] 관광객, 혐오 그리고 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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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장지영] 관광객, 혐오 그리고 난민

입력 2018-07-13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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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은 돌아가라.”

지난 9일 오전(현지시간) 스페인 카탈루냐주의 바르셀로나에서 투어버스 탈취 사건이 일어났다. 스페인 극좌파 단체 아란(Arran)의 회원 두 명이 투어버스를 탈취한 뒤 ‘카탈루냐에서 대량 관광(수용 범위를 초과해 관광객이 몰리는 것)을 중단하라’는 대형 현수막과 함께 녹색, 흰색 등 색색의 연기를 피웠다. 또한 이날 카탈루냐 문화권에 속하는 발렌시아주 발렌시아와 발레아레스주 팔마에서도 아란 회원들의 투어버스 탈취 사건이 일어났다. 한국에 보도조차 되지 않은 투어버스 탈취 사건을 잘 알고 있는 것은 하필이면 현재 바르셀로나를 여행 중이기 때문이다.

사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근래 유럽 유명 관광지역을 강타한 ‘투어리스트 포비아(관광객 혐오)’가 걱정스럽긴 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서 지난해 관광 성수기인 7∼8월 관광객이 애용하는 공용 자전거와 투어버스의 바퀴가 찢기거나 호텔 창문이 깨지는 등 시위대의 공격이 빈번했다. 당시 시위대는 ‘관광객은 침략자’라는 구호를 외쳤다. 바르셀로나에서는 지난 6월에도 관광객의 필수코스인 구엘 공원에서 아란 회원들이 자신의 몸을 기둥에 쇠사슬로 묶은 채 구호를 외치는 등 시위를 벌였다. 구엘 공원은 성가족 성당과 함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를 상징하는 작품이어서 아란의 시위는 큰 주목을 받았다. 관광객들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입힌 아란의 방식에 대해 바르셀로나 현지에서도 찬반 여론이 나뉜다. 하지만 관광객에 대한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적대감은 해가 바뀔수록 커지고 있다. 인구 160만명인 바르셀로나에 연간 3000만명 안팎의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교통체증, 부동산 가격 폭등, 쓰레기 증가 등 주민들의 삶의 질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시당국은 2012년 관광세로 불리는 도시세를 처음 도입한 후 매년 금액을 인상하고 있다. 거둬들인 수입은 지역주민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2014년 대량 관광을 반대하며 처음 거리로 나서자 시당국은 도심에 호텔 신축을 금지하는가 하면 성가족 성당 등 주요 관광지의 입장객과 입장 시간을 제한하는 등 한층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관광객에 대한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혐오감은 지난해 2월 스페인 정부에 난민 입국 허용을 요구하는 시위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당시 16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에서 시민들이 외친 구호는 “관광객은 집으로 가라. 하지만 난민은 환영한다”였다. 올 들어 바르셀로나 곳곳의 담벼락에는 이 구호가 다시 새겨졌다.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의 경우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등 도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왔지만 관광객들은 주민의 삶을 파괴하는 등 도시의 정체성을 해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바르셀로나는 2015년부터 난민의 정착과 사회통합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과 난민에 대한 바르셀로나 주민들의 태도는 한국과 정반대다.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는 북촌 한옥마을 등 극히 일부 지역을 빼고는 한국에선 관광객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이 때문에 저가 패키지 관광이 오랫동안 극성을 부리면서 현재 그 후유증을 앓고 있을 정도다. 반면 최근 제주 예멘 난민을 둘러싼 논란에서 드러나듯 난민에 대해선 지나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의 관광객 혐오가 ‘백래시’, 즉 관광객 급증 피해로 초래한 반작용인 것과 달리 한국의 난민 혐오는 무슬림과 난민에 대한 집단주의적 편견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나 유럽의 난민 범죄에 대한 가짜뉴스 또는 지나치게 과장된 정보 때문에 예멘 난민을 미리부터 범죄자로 규정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만약 난민으로 인한 문제가 우려된다면 난민의 빈민화를 막고 한국사회에 흡수될 수 있도록 방법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장지영 국제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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