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단적 페미니즘은 공감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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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극단적 페미니즘은 공감 얻을 수 없다

“성차별에 대한 저항이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로 이어지면 증오심 부추기는 악순환 부를 뿐”

입력 2018-07-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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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제3차 ‘혜화역 시위’도 그런 연장선상이었다. 당시 참가자(주최 측 추산 6만여명)들은 불법촬영(몰카)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여성들이 몰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고 외쳤다. 성폭력 당한 사실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도 남성들의 왜곡된 성 인식과 문화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몸짓이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차별받는 현실에 저항하는 이런 페미니즘이 최근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여성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7 세계 성 격차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성 격차지수는 0.650점으로 총 144개국 중 118위다. 2016년 기준 고용률도 여성은 56.2%로 남성(75.8%)과 격차가 19.6% 포인트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컸다. 남녀 중위임금 격차도 36.7로 OECD 평균(14.1)의 2.5배였다. 500대 기업 임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가운데 여성 당선자는 한 명도 없었고 기초단체장도 8명으로 남성(218명)에 비해 턱없이 적었다.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가 이처럼 공고하니 개선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성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성들의 주장을 정부와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여성들이 도를 넘게 남성 혐오를 부추기고 있어 우려된다. 극단적인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가톨릭의 성체(聖體)를 훼손하는 사진이 게재된 것이 그런 예다. 익명의 게시자는 ‘남성 예수’를 저주하고 조롱을 퍼부었는데 이는 극단적인 남성 혐오라는 점에서 충격이다. 3차 혜화역 시위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은 자살을 촉구하는 은어인 “재기해”라는 말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경찰에게도 한국 남성을 벌레라고 비하하는 ‘한남충’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런 극단적인 혐오 표출은 성평등 사회를 열어가는 데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성들의 반발을 부르고 남녀 간 증오심만 부추기는 악순환을 부를 뿐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이 겪고 있는 성차별 구조에 대한 저항이지 남성에 대한 공격이 돼서는 안 된다. 양성평등 사회를 실현하는 데는 남녀가 따로 일 수 없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야 성차별이 없는 세상으로 더 빨리 나아갈 수 있다. 그러려면 페미니즘도 극단적 남성 혐오와는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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