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투명성은 NPO 생명줄… 기부 받은 100원짜리 동전까지 기록"

국민일보

[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투명성은 NPO 생명줄… 기부 받은 100원짜리 동전까지 기록"

(7) 손봉호 초대 이사장 인터뷰

입력 2018-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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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고신대 석좌교수) 장로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밀알선교단 창립 당시부터 강조해 온 ‘투명한 조직 운영과 청지기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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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장로(둘째 줄 왼쪽 두 번째)가 1992년 밀알선교단 이사회를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앞줄 왼쪽 두 번째가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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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받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도 기록을 남기고 사무실에 필요한 지우개 연필 하나 살 때도 영수증을 받아 정리하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습니다. 지독하다 싶을 정도였을 겁니다. 연말에 감사를 하려고 갔더니 영수증 수천 장이 빼곡히 정리된 장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군요. 그 모습이 밀알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여기에 담긴 투명성이 재단을 이끌어 가는 정신이 된 겁니다.”

백발의 노교수는 38년 전 한 기관의 운영 감사를 위해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자리 잡은 허름한 사무실을 방문했던 기억을 꺼내 놨다. 이 기관은 밀알선교단(현 밀알복지재단), 노교수는 밀알복지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지낸 손봉호(80·고신대 석좌교수) 장로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에서 만난 손 장로는 절제와 청빈이 무엇인지 삶으로 보여준 기독교 지성으로 손꼽힌다. 수십 년간 대학, 비영리조직(NPO·Non Profit Organization), 시민단체를 이끌어 오면서 ‘투명성’을 운영의 핵심 DNA로 심었다.

강직·청렴함으로 투명한 문화 만들어

손 장로가 밀알선교단과 인연을 맺은 건 1979년 밀알선교단 출범 직후였다. 당시 서울 총신대에서 강의하던 그는 밀알선교단장이자 자신의 제자였던 이재서(세계밀알연합회 총재) 박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고문’을 맡았다. 그는 특유의 강직함과 청렴함으로 투명한 조직문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사회로부터 신뢰받기 위해서는 재정 투명성 확보가 최우선임을 줄곧 강조했다.

지금은 보편화됐지만 기부자 이름과 기부액, 후원금 사용내역을 NPO 소식지를 통해 밝히는 문화도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 손 장로는 “당시만 해도 후원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가 부족해 사회 전반에 ‘기관이 자선의 탈을 쓰고 돈을 떼먹는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소식지를 통해 후원금 사용내역을 알리기 시작한 게 오늘날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통해 운영현황이 전달되는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장로는 1988년 밀알선교단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이사회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상근 직원도 몇 명 없는 작은 기관에 불과한 선교단의 이사를 맡겠다고 자원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밀알선교단의 형편을 이해할 만한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호소가 담긴 편지에 응답해 준 이종윤(서울교회 원로) 정택정(워싱턴 밀알선교단장) 목사, 김경래(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회 상임이사) 조득정(당시 63빌딩 아이맥스 대표) 장로 등이 지금도 밀알을 위해 귀하게 헌신해주고 있지요.”

1993년 밀알복지재단 설립 후에는 수입과 지출에 대한 공정한 회계 검증을 위해 당시 생경했던 ‘외부 감사제’를 도입했다. 경비가 소요되더라도 재단의 건강한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외부 감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단설립 초기부터 감사를 통해 재정 투명성을 강조해 온 결과 삼일미래재단이 제정한 ‘투명경영대상 시상식’에서 2009년엔 장애인복지부문 대상, 2014년엔 종합대상을 수상했다.

청지기정신을 바탕으로 한 윤리경영

손 장로는 외형적 성장보다는 밀알복지재단의 본질인 ‘장애인 복지’에 집중해야 하고 성경적 바탕에서 밀알의 근본이 되는 기독교정신을 잃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밀알의 본질은 장애인을 향한 손길입니다. 기관이 성장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아닌 그 어떤 것도 활동의 목적이 되거나 우선순위가 돼선 안 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기관으로서 하나님 앞에서 바르고 깨끗하게 일하는 것으로 영광을 돌려야 합니다. 장애인 선교와 복지를 하는 것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는 점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본질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이 견지해야 할 태도”라고 했다. 이 시대의 NPO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해 얘기할 땐 날카로운 시선으로 제언을 남겼다.

“작은 직책이라도 반드시 인사위원회를 거쳐 공정하게 진행해야 조직의 균열을 막을 수 있습니다. 복지시설 수탁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운영부담금 액수를 능력보다 부풀려 약속하는 관행도 근절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에 어긋난 방식을 택하는 것은 기독교정신에도 맞지 않습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자기만족에 빠져선 안 됩니다. 사랑받는 사람에게 초점이 가 있어야 합니다. 밀알이 지켜 온 이런 가치들이 다른 기관에도 귀한 씨앗으로 심기길 바랍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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