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대 다녀오니 배교자로 제명… 가족·친척과 대화도 차단”

국민일보

[단독] “군대 다녀오니 배교자로 제명… 가족·친척과 대화도 차단”

한 여호와의증인 출신 청년의 증언

입력 2018-07-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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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씨(가명)는 12일 경기도 파주의 한 군부대 앞에서 병역을 거부하지 않고 군에 입대했다는 이유로 여호와의증인 내에서 겪었던 따돌림과 불합리한 처우,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일들의 반사회성을 고발했다. 김씨는 신변 보호를 위해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촬영에 응했다.
김진수(가명·25)씨는 여호와의증인 신도였지만 2013년 군에 입대했다가 졸지에 여호와의증인에서 배교자(背敎者)로 제명당했다. 고통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6년부턴 여호와의증인 소속 가족과 친척들로부터 은근히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관계도 모두 끊겼다.

12일 경기도 파주의 모 군부대 앞에서 만난 김씨는 억울함부터 털어놨다. 김씨는 “어려서부터 여호와의증인에서 신앙생활을 했는데 문제는 군 입대를 앞두고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주변에 “병역법 위반으로 감옥에 가고 싶지 않았다”고 하자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가족들은 물론 여호와의증인 신도인 친지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느껴졌다. 입대 후 여호와의증인에서 이탈자로 낙인찍히고 제명처분을 받았다.

입대 후 김씨는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고 했다. “같은 동기들이 교회나 성당, 절에 가서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랐습니다. 제가 있던 여호와의증인은 군 입대를 매우 적대시했기 때문에 군대 내에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제대 후부턴 가족과 친척들이 자신을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모임에 가도 이상하게 말을 걸지 않았다. 친척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초청되는 일도 줄었다. 그는 2016년 개최된 여호와의증인 지역대회 영상을 보고 그 이유를 알게 됐다.

김씨는 “전국의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 지역대회라는 행사에 모이는데, 그때 강사가 이탈자에게 가족이나 친척들은 말을 걸지 말라는 발언을 했다”면서 “그제야 가족과 친척들이 나를 피하고 왕따시킨 이유를 알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부모님이 주변의 비난과 희생을 감수하고 나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군복무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집안에서 패륜아가 된 것”이라고 허탈해했다.

여호와의증인은 대학교육에 비판적이어서 대학 진학을 권장하지 않는다. 김씨는 “심지어 장로 가족 중에 자녀가 대학 진학을 하거나 수혈, 군 입대를 하면 장로직에서 해임되기도 한다”면서 “전과자가 돼 다시 사회로 복귀했을 때 저학력자인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막노동과 건축 잡일, 자동차 정비 정도”라고 개탄했다.

그는 젊은 신도들이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아들이 많은 한 가정은 더 이상 자녀를 전과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이민을 선택했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여호와의증인이 반사회적 종교집단이 맞다고 했다. 그는 “속칭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에 간 신자들은 종교 모임에서 극찬을 한다”면서 “일부 신자는 공개적으로 감옥에 간 신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충성심을 자극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신도들이 다수 모이는 순회대회나 지역대회에선 병역기피자를 연단으로 불러 공개적으로 간증을 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수혈은 물론 투표도 안 하는 여호와의증인이 형식적으론 정부를 따른다고 하지만 실제론 사탄의 세력이라며 경멸한다”면서 “헌법재판소가 그들의 속성을 알았다면 사실상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이번 결정을 치욕스럽게 생각했을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쯤 여호와의증인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았다고 축제 분위기에 들떠 있을 것”이라면서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몰려들 청년과 그 가족들을 위한 포교전략도 짜 놨을 것”이라고 했다.

여호와의증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는 군 복무자를 제명 처리하지 않는다”면서 “이탈자에 대해 여호와의증인으로서 교제하지 않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부모가 자식을 징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면서 “(군 복무자, 수혈자, 대학 입학자에 대한) 징계 여부는 가족이 결정할 문제다. 다만 여호와의증인이 아니면 관계를 맺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대학교육과 수혈, 투표에 대해 성서의 가르침을 알려주지만 결정은 개인이 할 문제”라면서 “저학력자, 전과자가 된다 해도 성서에 따라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가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에는 10만여명의 여호와의증인 신도들이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0개의 왕국회관이 있다.

파주=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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