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축소한 日 ‘미니어처 정원’ 백제서 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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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축소한 日 ‘미니어처 정원’ 백제서 건너갔다

세계유산 등재 3주년 ‘백제역사지구’ 찾아보니

입력 2018-07-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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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 왕궁면 왕궁리 유적에서 11일 이신화 학예연구사가 백제식 정원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비늘 모양의 어린석(魚鱗石) 등 중국과 일본의 수입산 장식돌도 출토돼 고대 동아시아의 문화교류를 보여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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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이남의 첫 도읍인 공주 공산성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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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부소산성 내 낙화암을 휘감아 흐르는 백마강의 ‘황포돛배’ 유람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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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사비 도읍기의 정교하고 찬란했던 문화를 보여주는 금동광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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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익산 쌍릉 중 대왕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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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가 솜씨를 부린 듯한 기암괴석 탓에 백제 왕궁 정원은 금강산 절경을 초미니로 축소시켜 놓은 것 같았다. 1400여년 전 지어진 것인데도 과학적이기도 했다. 연못물을 가두는 테두리 돌은 가로축과 세로축에 높이차를 뒀다. 물이 넘치면 자연스레 아래로 흐르도록 한 것이다. 위쪽에는 수조의 흔적도 있다.

11일 찾은 전북 익산시 왕궁면 왕궁리 유적. 백제 최전성기인 30대 무왕(재위 600∼641)이 축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궁궐터가 자리한 곳이다. 궁궐 북쪽에 위치한 이 정원 유적은 익산시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연말쯤 일반 공개할 계획인 가운데 막바지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연못 동쪽으로 정자의 흔적인 초석이 있었다. 마침 비 그친 뒤의 무더위 탓에 그 정자에 앉아서 정원을 감상했을 왕의 여유가 상상이 됐다. 왕궁리 유적전시관 이신화 학예연구사는 “백제문화의 국제성을 보여주는 정원”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정원은 이상화된 풍경을 축소한 ‘미니어처 정원’으로 유명하다. 그 정원 문화가 백제에서 ‘수출’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곳 익산 왕궁리 유적을 비롯해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부여의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등 공주-부여-익산을 묶는 백제역사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 지난 8일로 3주년이 됐다. 백제의 숨결을 찾아 1박 2일로 그곳을 다녀왔다.

세 왕도(王都)의 시기는 한성에 처음 도읍을 정하며 출발한 백제(기원전 18∼기원후 660) 전체 역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드라마틱한 흥망성쇠가 집약돼 있다. 고구려 장수왕의 공격을 받고 허겁지겁 웅진(공주)으로 도읍을 옮긴 백제는 이내 천도해 사비(부여) 시기에는 ‘백제 금동 대향로’로 대표되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무왕이 재위했던 시기에는 익산의 궁궐과 함께 동아시아 최대 규모인 미륵사탑을 자랑한다.

가장 애욕의 역사가 어린 곳은 공주 공산성이다. 10일 찾은 공산성은 북쪽으로 금강을 마주한, 축구장 24개 크기의 거대한 천연 요새 같은 산성이었다. 한강을 뺏긴 뒤 이곳에 임시 수도처럼 도읍을 정한 문주왕의 비애가 느껴졌다. 63년간 백제의 도읍이었던 웅진 시기(475∼538)의 공산성은 백제의 마지막 군주인 의자왕이 나당연합군에 맞서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던 곳이기도 하다.

사비(부여) 시기(538∼660)의 부소산성은 낙화암으로 유명하다. 백마강에서 ‘황포돛배’ 유람선 탐승을 권한 문화재해설사는 ‘낙화암 삼천궁녀’의 전설과 패자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했다.

백제사가 다시 보이는 것은 익산 왕궁리 유적 덕분이다. 사방이 확 트인 구릉에 위치해 당시의 위용을 가늠할 수 있다. 23만㎡(7만평) 거대한 땅에 궁궐과 후원, U자형 물길, 화장실, 공방 등의 시설이 출토되고 있다. 이신화 학예연구사는 “왕성의 남북 길이가 490m로, 당나라 왕성도 600m 정도였으니 이 정도면 엄청난 크기”라고 말했다.

백제사의 권위자인 이병호 국립익산박물관장은 왕궁리 유적과 관련, “삼국시대 왕궁 중 유일하게 실체가 남아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에는 건물지, 뒤에는 정원이 있는 등 고대 동아시아 궁궐의 트렌드가 확인되며, 북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자연 지형을 이용해 웅장한 느낌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공주·부여·익산=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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