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치킨게임 격화… 한 치 앞 안 보이는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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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치킨게임 격화… 한 치 앞 안 보이는 한국 경제

한은, 올 성장률 전망 3.0%→ 2.9% 하향·기준금리도 동결

입력 2018-07-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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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간 분쟁이 처음에는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날로 확대되고 사실상 향방을 가늠하기가 대단히 어려워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경제의 앞날이 불확실해졌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인 3.0%에서 2.9%로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성장률 마지노선 3% 포기

한은은 지난 1월과 4월 제시했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3%에서 후퇴한 이유가 대외변수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제 상황은 괜찮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제 성장세가 수출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등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2015∼2020년 2.8∼2.9% 추측) 수준의 성장세는 지속된다는 전망에 위안을 삼았다. 다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500억 달러 관세(340억 달러 발효, 160억 달러 미발효)를 부과한데 이어 2000억 달러 추가 관세 부과 방침까지 내놨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실행에 옮겨질 경우 (그나마 양호한) 수출 등 우리 경제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길어지고 강도를 더해갈 경우 한은이 당초보다 0.1% 포인트 낮춰 잡은 내년도 성장률(2.8%)마저 어려워지면서 경제 전반에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취업자 수 전망도 과거 30만명대에서 10만명대로 낮춰 잡았다. 최악의 고용 사정과 대외변수가 겹쳐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으로 떨어지면 경기침체기로 진입할 수 있다. 정부가 3%대 성장률에 매달리는 것도 잠재성장률을 웃돌아야 고용, 복지 등 후생 분야 정책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소득을 통한 성장’ 패러다임으로는 위기 상황을 타개할 ‘불쏘시개’가 적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정부 정책에 눈치를 보던 기업의 투자 의욕은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악화됐다. 투자 증가율은 당초 2.9%에서 1.2%로 1.7% 포인트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윗목’ 일자리 창출에 효과가 큰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치도 -0.2%에서 -0.5%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5번째 동결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연 1.5%) 결정 역시 성장률 전망치 하향과 마찬가지로 고육책이다. 외국인 증권 투자자들과 머니게임을 벌여야 하는 증시 등 금융시장에 참가하는 투자자들은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잔뜩 기대했다. 하지만 통화 당국으로서는 미국의 무역전쟁 공세에 맞설 뾰족한 수단이 없다.

지난 3월 미국에 추월당한 기준금리는 현재 0.5% 포인트 뒤져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9월과 12월 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차를 좁혀야 할 한은은 동결 분위기를 이어갈 공산이 크다. 한은은 ‘통화정책 방향’에서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 7명 가운데 이일형 위원이 인상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8월 인상설에 기대감을 보였으나 이 총재는 “그렇게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일축했다.

현 0.5% 포인트 수준의 금리 격차에선 견실해진 경제 여건과 충분한 외환보유액으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을 방어할 수 있다. 하지만 1% 포인트 이상으로 격차가 더 커지면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달 펴낸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점검’ 보고서를 보면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0.25∼0.5% 포인트였던 2005년 8∼12월 외국인 증권 투자자금 이탈액은 4조4000억원(월평균 9000억원)이었다. 금리차가 1% 포인트로 커진 2006년 5∼7월 3개월간 순유출액은 8조2000억원(월평균 2조7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총재는 “한·미 간 금리 역전폭이 확대됐음에도 채권자금 중심으로 순유입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경제의 기초 여건이 건실하다고 외국인들이 해석하는 것”이라면서도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내외 금리차로 자금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장 금리 동결의 숨통을 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1.5%)이 목표치(2%)에 미치지 못하지만 4분기로 갈수록 유가 상승 등으로 상승 압박이 커질 수 있어 기준금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이동훈 선임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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